"종교문제 때문에 연고 프로구단을 내쫓는다니 말이 됩니까."성남시가 성남종합운동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프로축구 일화 축구단의 연고지 이전을 강요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성남시의 요구에 따라 일화가 3월까지 대체경기장을 찾지 못할 경우 올 시즌 모든 홈경기가 취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일화의 퇴출은 종교문제때문이다. 지난해 일화가 성남에 둥지를 틀기 전부터 성남의 여러 기독교단체들은 "통일교 계열의 일화구단을 성남에서 내보내지 않을 경우 시장퇴진운동도 불사하겠다"며 성남시측에 강한 압력을 행사해 왔다.
성남시측도 결국 일화의 연고지 이전방침을 내부적으로 확정한 상태다. 김병량 성남시장은 5일 성남시청 상황실에서 25명의 성남시 축구인들과 면담을 갖고 "다른 축구단을 유치하지 못하면 자체적으로 축구단을 만들겠다"며 성남 일화를 더 이상 연고팀으로 두지 않을 것임을 공식 선언했다.
성남시는 1984년 준공된 성남종합운동장의 조명시설 선로 및 샤워시설 교체ㆍ보수작업을 3월부터 시작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 달 2일 일화구단측에 통보한 뒤 경기장을 비워줄 것을 요구, 이미 '일화 내몰기' 작업에 착수했다.
한편 일화측과 성남시축구협회 관계자들도 일부종교단체의 압력에 굴복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현태(44) 성남시축구협회 전무이사는 "오래전 시공업체가 선정됐는데도 비시즌인 겨울 내내 공사를 않다가 리그가 시작되는 3월부터 공사를 시작한다는 시의 속셈이 괘씸하다"고 비난했다.
일화 측 관계자 역시 "시즌중 공사를 하더라도 경기에는 지장이 없다"면서 "대체 경기장 물색 등 일체의 대응방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력히 맞서고 있다. 성남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성남일화의 연고지 이전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분노섞인 글들이 폭주하고 있다.
이준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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