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을 신청한 지 사흘이 지났는데도 공급이 안된다는 군요. 백신이 없는데 무슨 '접종 의무화'란 말입니까?" 올 신학기에 초등학교에 입학할 아들을 둔 전진영(全珍英?7렛㈆서울 마포구 도화동)씨가 기자에게 분통을 터뜨렸다.전씨와 같은 '예비 학부모'들이 느끼는 불안과 불만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홍역이 창궐하고 사망자까지 나오면서 전국의 부모들이 '홍역 공포'에 빠졌다.
그래서 나온 정부 대책이 올해부터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2차 홍역예방접종 확인서를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부모들은 아이를 접종시키느라 온통 난리지만 보건소에선 백신이 떨어졌다면서 돌려보내기 일쑤다.
왜 그럴까. 정부의 고질적인 '숫자 놀음' 때문이다. 보건 당국은 "백신이 동난 지역은 없는 데 왜들 성화냐"는 주장으로 일관해왔다.
수치상으로 맞는 말이다. 2일 현재 61만명분의 백신이 출하됐고, 2차 접종대상자는 총 30~40만명이니 백신은 남아돌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통계를 주눅들게 하고 있다. 백신 도매상 및 대리점은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보건소에 백신을 제때 주지 않고 있다.
1명분 8,700원 가량인 보건소 백신공급가격을 1만원 이상 받는 의료기관 수준으로 올려보려는 발상이자 속보이는 장삿속이다. 홍역을 두려워하는 어린이들을 배려하려는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숫자타령만 고집할 것인가. '백신 대란'을 푸는 해법은 간단하다. 백신을 공급하지 않는 도매상과 대리점 등 관련 업체를 파악하고 제재에 나서야 한다.
백신 접종은 국가가 주도하는 예방접종 사업이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계산기를 놓고 빨리 달려나가라. 정책의 승패를 좌우하는 진실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
김진각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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