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각 채널에서 활약하고 있는 4명의 코미디언 김국진 김용만 김수용 박수홍과 얽힌 얘기다. 이들은 KBS 대학개그제 동기생들이다.이들이 발탁된 1991년 당시 필자는 '유머1번지'를 연출하고 있었는데 이들의 개성을 살려주기 위해 신인들만의 코너를 만들어 선배 개그맨들과의 은근한 경쟁을 유도했다.
당시 신인들은 1년 이상이 돼야 독립코너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고정 코너를 만들어서 선배들의 외풍을 차단하고 신인들만의 아이디어를 맘껏 펼치게 한 것이다.
이들은 '감자골' 이라는 이름의 개그 동아리도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이들이 우리 집을 찾아왔다. 역량을 인정받아 촉망받는 신인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미국으로 3년간 코미디 공부를 하러 유학을 떠나기로 했는데 담당 PD이자 코미디부장으로서 동의해주기 바란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얘기를 듣자마자 "공부를 하겠다는 데 누가 막을 수 있는가"라며 동의를 해줬다.
오히려 그들에게 "3년간의 공백을 결코 두려워 하지 마라. 갔다 와도 여러분들의 자리는 있을 것이니 안심하고 갔다 와라"며 격려했다.
필자는 젊었을 때 배움의 기회를 놓치면 그처럼 후회할 일은 없다고 평소 시간 날 때마다 신인 연기자들에게 강조해왔다. 그래서 재학중인 연기자들에겐 최대한 사정을 봐주었다.
"학교 졸업이 최우선이고 다음이 연기자가 되는 일"이라고 누차 강조해 왔기 때문에 내가 내린 결정은 너무나 당연했다.
문제는 그 다음의 일이었다. 선배 코미디 연기자들이 오해를 하고 필자를 성토하기 시작한 사건이었다. 담당 부장이 젊은 연기자를 빼돌렸다는 것이었다.
KBS 코미디 프로를 약화시켜 상대적으로 MBC 코미디 프로를 유리하게 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 일로 가장 사랑하고 애착을 갖고 있는 코미디를 한 시즌 떠나 있어야 했다.
마음을 정리하느라 강원도 Y스키장으로 4박5일 휴가도 떠났다. 그 때도 올해처럼 눈이 많이 내렸던지 리프트를 타고 산정으로 올라갈 때는 모자와 어깨에 함박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리프트가 2㎞나 되는 거리를 움직이는 동안 정말 피같은 눈(眼)물이 눈(雪)물 속에 흘러내리고 있었다.
김웅래 KBS코미디전문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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