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전제품이 한국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하고 있다.1999년 수입선다변화제도 폐지 이후 디지털 캠코더, 컬러TV, 전기밥솥, 디지털 카메라, VCR 등을 중심으로 이전보다 최고 100배 가까이 수입이 급증했다.
2일 전자업계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디지털 캠코더의 경우 1998년 수입액은 81만달러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1개월간(1~11월) 7,434만 달러나 수입돼 91.8배 늘어났다.
25인치 이상 컬러TV 수입은 98년 348만달러에서 2000년에는 1,296만달러로 3.7배 늘어났다. 전기밥솥 역시 수입선다변화 품목으로 지정됐던 1998년에는 수입액이 2,000달러에 그쳤으나 지난 해 상반기에만 385만달러 어치가 들어왔다. 카메라, VCR, 휴대폰 등도 2년 사이에 수입이 급증했다.
대일 무역역조를 개선하기 위해 1978년 도입됐던 수입선다변화 제도는 99년초 캠코더 등 32개 품목이 지정품목에서 해제된 뒤 99년 7월 완전 폐지됐다.
이 같은 일본 가전제품 수입 급증은 중산층 이상의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 '일제'에 대한 맹목적인 선호가 뿌리깊은데다 실제로 TV, 캠코더 고급제품 시장에서는 확고한 기술우위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가전업체 관계자는 "디지털 캠코더의 경우 국내업체로는 삼성전자가 유일한 생산업체지만 광학기술이나 핵심부품 개발능력이 일본 등에 비해 떨어진다"며 "일본제품 점유율이 내수시장의 60% 이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소니, JVC, 마쓰시타 등 일본 3대 가전업체가 국내에 판매법인을 설립했거나 준비하는 등 일본업체들의 적극적인 마케팅이 먹혀들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그러나 일본 가전제품의 잠식이 국내 가전시장 판도를 흔들지는 못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 관계자는 "수입 증가율은 기존에 수입이 없었기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일제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현재 그다지 높지 않다"며 "국내 업체들의 품질 개선과 서비스 향상 노력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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