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적으로 논란을 빚어온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제도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이 '면죄부'를 줬다. IMF는 1일(미국 현지시간) 발표한 '2000년 한국경제 연례협의 평가보고서'에서 '정부의 제한적인 시장개입'과 '재정ㆍ통화를 통한 경기부양'의 필요성을 인정했다.▽구조조정과 시장개입
개혁성과를 인정하면서도 "가시적 구조조정 결과 부재로 인해 한국에 대한 국내외 신뢰는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IMF 이사들은 한국 기업들의 '고(高)채무-저(低)수익' 구조에 여전히 우려를 표시하면서 부실기업 정리는 워크아웃식으로 돌아갈 것이 아니라 법정관리로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을 빚고 있는 채권형 펀드, 프라이머리CBO 등 정부의 회사채시장 개입에 대해 IMF이사들은 "근본적 대책은 기업의 부채감축이지만, 지금처럼 회사채 만기도래가 집중된 상황에선 일정 정도 정부의 한시적 시장개입은 정당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아자이 초프라 IMF 한국과장은 최근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로버트 죌릭 대표가 '세계무역기구(WTO) 합의 위배'를 지적하며 강력한 통상압력을 시사했던 회사채 신속인수제도에 대해서도 "불가피성을 인정한다"고 언급, 한국정부에 힘을 실어줬다.
▽거시정책
'긴축 신봉자'처럼 인식되어 왔던 IMF는 현 한국경제에 대해 '의외로' 적극적 경기부양을 권고하는 입장을 보였다.
일부 IMF 이사는 "일정을 4년이나 앞당겨 재정흑자를 낸 것은 환영하지만 지나치게 빠른 재정건전화(재정긴축)가 오히려 경기악화를 부추겼을지도 모른다"며 실업대책 등 사회안전망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권고했다.
통화정책에 대해서도 이사들은 "물가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하나 지금 같은 상황에선 일시적으로 느슨하게 꾸려갈 수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느슨한 통화정책이란 통화공급의 확대, 즉 콜금리인하를 뜻한다. 이는 예산의 조기집행 수준에 머물고 있는 한국정부의 '제한적 경기부양' 기조에 대해 훨씬 더 적극적인 부양을 주문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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