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발(間髮)의 차이, 또는 위기일발(危機一髮)이라는 표현이 있다. 머리털 하나 간격 만큼이나 짧은 순간에 위험을 모면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을 나타내는 말이다.지난달 31일 일본 상공에서 발생한 일본항공 소속 점보기와 DC-10 여객기의 스치기 비행(near miss)은 간담을 서늘케 하는 위기의 순간이다.
항로를 교차하는 두 비행기가 충돌하기 30초 직전에 다이빙하면서 피한 최소 간격은 불과 60㎙. 순항중 여객기 속력이 900㎞ 정도임을 감안할 때 머리털 하나 차이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도쿄 하네다공항을 출발하여 오키나와를 향해 비행중인 점보기와 부산을 출발, 도쿄 나리타공항으로 날아가던 DC-10기는 사고지점에서 교차하게 되어 있었다.
비행 계획상 두 비행기는 최소 600㎙의 고도 차를 유지하게 되었으나 웬일인지 지켜지지 않았다.
'충돌 25~40초 임박'을 알리는 자동경보음에 점보기 조종사는 기수를 급강하시킨 것이다.
■"비행기가 충돌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승무원이 끌던 음료서비스 카트가 천장으로 튀어 오르고, 주전자의 뜨거운 물이 승객들에게 날아갔다." "벨트를 풀고 있던 승객들이 좌석에서 튕겨나가 천장에 마구 부딪쳤다."
사고 당시 기내의 아수라장을 설명하는 탑승객들의 말이다. 비록 현해탄 밖에서 일어난 사고지만, 듣기만해도 아찔해진다.
그러나 한편 얼마나 다행인가. 700명이 한 순간 공중에서 사라질 뻔 했으니.
■사고 소식을 접하면서 남의 일이 아니란 생각을 하게 된다. 앞으로 나올 원인분석이 우리 항공 관계자들에겐 타산지석의 교훈이 돼야 한다. 우리도 신공항 개항을 앞두고 있다.
수도권에 집중된 국내외 노선, 바로 인접한 김포공항의 국내선 운항, 막혀버린 북한 영공 등이 조종사와 관제사들에게는 적잖은 스트레스 요인이다. 영종도공항 이전을 계기로 우리도 하늘의 안전을 위한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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