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낮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은 낯선 여의도 손님들을 맞았다. 증권과 투신 등 국내외 애널리스트 12명이었다.진념(陳稔) 경제부총리의 오찬 초청으로 이곳을 찾은 이들은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다. 대부분 팀장 급으로 30대가 주류인 이들에게 한 나라의 경제사령탑을 만나는 자리는 좀처럼 잡기 힘든 기회이기 때문이었다.
증권가의 반응도 발상의 전환으로 신선하다는 쪽이 주류를 이뤘다. 증권사 사장단이 재경부 장관을 만나는 것도 드문 일인데 경제부총리가 직접 실무자급들을 '대접'하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기 때문이다.
경제당국의 사무관이 증권사 임원진에게 전화를 걸어 주가부양 의지를 직?간접적으로 내비치던 시절과 비교하면 세상이 참 많이 달라졌음을 실감케 한다.
물론 세상을 바꾼 힘은 '시장'에서 나왔다. 냉정한 경제원칙만이 통하는 시장의 힘은 재벌신화의 모래성을 이미 무너뜨렸다.
관치금융에 안주해오던 경제권력도 이제는 시장의 심기를 살피느라 여념이 없다. '시장에 맞서지 말아야 한다'는 증시 격언은 요즘 경제당국자에게 더 많은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때문에 정부와 시장간 격의없는 대화라는 취지에서 마련된 이 자리에서 가장 곤혹을 치렀던 사람도 진 부총리였다.
연일 정글같은 시장에서 싸워야 하는 젊은 애널리스트들이 현대처리와 자금시장의 선순환 문제 등 최근 정부의 경제대책에 대해 송곳 같은 비판과 대안을 쏟아내는 바람에 진 장관은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증권가는 정부당국이 시장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 대해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다. 시장 관계자들은 "경제부총리가 새파란 애널리스트들에게 점심을 나다니., 세상 참 많이 변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병주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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