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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 정부위원회 난립 - 몇개나 '이름값'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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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 정부위원회 난립 - 몇개나 '이름값'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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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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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전문가와 각계 대표가 참여해 정부정책의 전문성과 타당성을 제고하기 위해 설치된 각 부처의 정부위원회가 난맥 상태다.수년간 한 번도 회의를 갖지 않은 위원회가 존립하고 기능이 중복된 위원회가 난립하는 등 '행정 낭비'가 심각하다.

특히 상당수 위원회의 경우 운영이 유명무실해 정부정책 등 각종 정부안을 제대로 심의하거나 검토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정부안이 마치 위원들의 전문성과 각계 대표의 의견을 수렴한 '합격품'인 것처럼 포장돼 양산되고 있다.

2일 기획예산처와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행정명령 등을 부과하는 행정위원회 29개를 포함,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정부위원회는 354개. 건설교통부가 35개의 위원회를 거느리고 있으며 행정자치부 보건복지부 등도 30개 이상의 위원회를 거느리고 있다.

관련 법률에 따라 설립된 이들 정부위원회와 달리 각 부처가 별도로 두고 있는 부처별 위원회까지 감안하면 실제 행정부 내에는 500개 이상의 위원회가 들어서 있다.

여기에 18개 시ㆍ도 소속인 지방정부의 위원회 850여개까지 합치면 정부위원회는 1,300개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상당수 위원회는 사실상 '식물위원회'다. 1986년 설립된 평화의댐 건설추진위원회는 98년 1월 '위원회를 존속시키도록 한다'는 결정을 마지막으로 한 번도 열리지 않은 채 아직까지 존속하고 있으며 노동부의 고용정책심의회 산하의 3개 전문위원회 가운데 고용정책과 직업능력개발 부문은 지난해 회의 실적이 전혀 없다.

각 부처가 지난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3년 동안 회의가 한번도 열리지 않은 위원회는 10개, 최근 3년 평균 회의를 1차례도 열지 않은 위원회는 22개에 이른다.

이에 비해 각 부처의 위원회 신설 욕구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실적홍보와 부처의 영역을 유지ㆍ확대하고 관변 인사를 '배려'하기 위해 위원회를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다.

정부위원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상당수 위원회가 정부정책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은

채 합격판정을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위원회가 부절적한 정책을 중간에 걸러주는 '필터'라는 본연의 기능보다는 수질도 모른 채 깨끗한 물이라며 확인서를 써주는 허위 품질보증서 발급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난까지 일고 있다.

지난해 재정경제부 소관의 금융발전심의위원회를 자진 사퇴한 서울대 정운찬(경제학) 교수는 "1년에 한두 시간 모여 뾰족한 정책대안을 제시할 수 있겠느냐. 더욱이 정부측 안에 반대하는 의견은 철저히 무시된다"며 "정책의 정당성만 확인시켜 주는 위원회는 말 그대로 허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각종 정부위원회의 위원들은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자세가 위원회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회의 직전에 안건을 위원들에게 통보해 심도있는 논의를 원천 봉쇄하거나 관변 성향이 강한 위원이나 전문성이 부족해 심도있는 비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위원을 위촉, 정부안에 대한 지지를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획예산처는 최근 위원회를 정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위원회를 통ㆍ폐합하는 방향으로 6월까지 정비대상을 확정해 하반기부터 위원회 설치 근거인 관련법령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과거 행정부도 2~3년마다 한 차례씩 위원회 정비를 실시했지만 그만큼의 위원회가 신설되는 바람에 군살을 빼고 개혁하는 데는 번번이 실패했다.

행정위원회를 제외한 나머지 위원회의 경우 위원들의 '거마비'외에 위원회를 유지하기 위한 별다른 비용이 들지 않는 등 재정부담이 없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의 반론에 밀렸기 때문이다.

서울대 김병섭(행정학) 교수는 "위원회 정비와 함께 위원회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경철기자

kckim@hk.co.kr

김정곤기자

kimjk@hk.co.kr

■'식물' 정부위 안되는 일도 되는일도 없다

정부의 각종 위원회가 잠자고 있다. 회의를 1년 동안 한 차례도 열지 않은 위원회가 부지기수다.

1986년에 설립된 평화의 댐 건설추진위원회는 댐 건설 자체가 중단된지 오래인데도 아직도 존속하고 있다.건설교통부 정상우 행정관리담당관은 "국방부 등 8명의 관계부처 장관이 위원으로 참석하기 때문에 부처간 의견조율을 하기 전에는 폐지가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자료수집보존위원회, 해양수산청의 중앙해상수난구호대책위원회는 최근 3년 동안 회의를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환경부의 환경보전위원회와 환경보전실문대책위원회는 3년간 겨우 1~2 차례 회의를 열었다.

각부처가 지난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328개 각종 정부위원회 중 3년간 한해 평균 회의를 1 차례도 개최하지 않은 위원회는 22개, 회의가 아예 열리지 않은 위원회가 10개에 이른다.

◆ 거꾸로 가는 위원회

"보건복지부 산하 위원회 위원인 A대 아동학과의 이모(53)교수는 "위원회가 3년간 단 두 차례 개최됐다"며 "안건에 대한 가부(可否)논쟁이 벌어져도 결국 정부 원안대로 결정되는 만큼 구태여 정부안에 반대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같은 무기력증은 많은 정부위원회의 위원들이 털어놓고 있는 증상이다. 어렵사리 정부안에 반론을 펴면 관변성향이 강한 위원들로부터 눈치가 없다는 눈총을 맞기 일쑤고, 위원회를 주관하고 있는 부처측은 '앞으로 반영해 나가겠다'는 인사치레 뿐 정작 정부안이 수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

여기에는 각 부처측의 불성실한 자세가 한몫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가정의례심의위원회 위원 김재옥(54)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사무총장은 "위원회 시간, 논의될 내용에 대한 사전 통보도 없을 정도로 위원회 준비가 무성의 했다"며 "내용도 잘 모르는데 회의가 제대로 될 리가 있느냐" 고 반문했다.

교육인적자원정책위원회의 이부영 전 전교조 위원장도 "회의내용이 회의 당일 날 전달돼 실질적 논의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책임회피용 서면결의

상당수 위원회는 중대결정사항까지 서면으로 결의하고 있다. 해당 부처 관계자들은 위원회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회의 대신 서면으로 결의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행정편의주의에 치우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연말 금융감독위원회가 위원들이 서면으로 한빛은행 등 6개 은행을 부실은행으로 지정하고 감자명령을 내리고 예금보호공사에 대해 공적자금 출연을 요청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의료보험 가입자들의 이의를 재심사해 행정 처분을 내리는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7월 위원회가 발족한 이후 안건을 모두 서면으로 처리했다. 위원인 노진귀(49)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피보험자의 자격을 판정하는 사안의 중대함에 비하면 매회 들어오는 이의신청 20~30건을 서면으로 검토하는 방식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 위원 인선 문제 없나

민간전문가가 부족하다 보니 일부 전문가는 다른 성격의 위원회에 겹치기로 참여하기 일쑤다. 노동계의 한 인사는 보건복지부와 노동부 소관의 위원회 등 모두 6개 위원회에 위원으로 위촉되어 있다.

또한 위원 선임에 해당 부처가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고 있어 친정부 성향의 인사들이 대거 위원으로 위촉돼 위원회의 비판기능이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모 부처의 과장은 "위원 전원을 부처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분들로 모시고 싶지만 모양새도 감안해야 하는 만큼 지명도가 있고 공정하다는 평을 듣는 분들도 일부 모신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이익단체의 대변자처럼 회의에 임하는 일부 위원들의 자세도 위원회 활성화에 역행하고 있다. 보건복건복지부의 중앙보육위원회 위원으로 참가했던 모 위원은 "위원회에서 아동학, 유아교육, 사회복지 전공자 등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위원 22명이 모여 자기 목소리만 내는데 그쳤다" 며 "관련 법을 위원들의 의견을 적당히 타협하는 선에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김경철기자

kckim@hk.co.kr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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