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의 새벽' 은 일본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 그것을 변주한 '황야의 7인' 에 대한 '오마쥬(Hommage, 숭배)' 이다.아니면 '조롱' 이거나. "매끈하게 딱 떨어지는 영화들에 신물이 난다. 그래서 좀 불량스럽고 어설프고 돼먹지 못한 캐릭터들을 데리고 맘 편히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는 신인 김주만 감독의 말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삐딱하다.
분명 제목은 7인이라고 했는데 아무리 세어봐도 8명, 혹은 9명이다. 누가 주연이고 조연인지 알 수 없다. 뚜렷한 스타가 없어서라기보다는 다분히 의도적이다.
형사 길수(이남희)는 잔인하기만 하고, 스페어 운전기사 기훈(정소영)은 소름 끼치도록 악착같고, 해결사인 라이트(윤용현)와 파이프(성동일)는 전기톱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시대착오적 인물이다.
양심이니 정의니 직업정신이니 하는 것은 '웃기는 소리' 이다. 그들의 목적은 오직 하나.
100만 달러가 든 돈가방을 차지하는 것이다. 약간의 시차를 두고, 각자 정보수집을 통해 우연히 그 돈가방이 있는 기훈의 애인 현희(이지현)가 근무하는 편의점을 향해 그들이 모인다.
그 과정에서 마치 즐기듯, 아니면 무표정하게, 살인과 폭력이 엽기적으로 펼쳐진다. 과장된 캐릭터들의 어이없는 행동은 상식을 뒤엎는다. 형사 길수가 알고 보니 동성연애자였다는 설정에서는 어이가 없어진다.
한국형 마카로니 웨스턴이라고 했다. 그렇게 보면 기훈은 카우보이이고, 길수는 보안관이며 라이트와 파이프는 떠돌이 총잡이쯤 된다.
아니면 이미 이런 전통적 서부극 뒤집기에 성공한 쿠엔틴 타란티노나 기타노 다케시를 염두에 두었을 법도 하다. '7인의 새벽' 은 이들에 대한 숭배든 조롱이든 적어도 영화를 엮어가는 솜씨만은 치밀하고 탄탄하다.
등장인물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플래시 백을 이용해 과거와 현재를 능숙하게 넘나들며 사건과 인물의 상호 연관성과 인과관계를 조리있게 설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인의 새벽'이 '멋진 이단아' 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정상을 거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과장된 비정상적 캐릭터와 관습적인 표현방식이 풍자의 날카로움을 잃어버리게 했기 때문이다.
라이트가 귀에 거슬리게 남발하는 "배웠다는 놈들이 더 문제야" 가 사실이라면, 이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이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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