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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돌아온 ‘와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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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돌아온 ‘와스프’

입력
2001.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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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미국 정가를 흔들었던 '매카시 선풍(旋風)'을 보는 색다른 관점들이 있다. 당시 상원의원 조지프 매카시가 빨갱이 타도 운동을 벌인 데는 실로 원대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다는 것이다.단순히 정적 제거 정도가 아니라 권력전통의 근본 변혁을 염두에 둔 고차원적 노림수였다는 견해가 그것이다. 이에 따르면 매카시의 진짜 표적은 이른바 '와스프(WASP) '의 상류 엘리트 집단이었다.

■앵글로색슨계-백인-신교도를 일컫는 와스프는 미국 전통사회의 본류다. 과거 머릿수로도 다수였지만 모든 부와 권력이 그들의 손에 들어 있었다.

1920년대까지 미국 2백대 기업의 대부분이 이들 소유였다 한다. 워싱턴의 정치권력도 공화당이건 민주당이건 와스프 독점체제로 이어졌다.

20세기 초 미국 사회를 그린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서 보듯이, 부와 사랑의 쟁탈전이 벌어져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와스프 중심구도였다.

■이들의 영화(榮華)가 깨지기 시작한 것은 1930년대 월 스트리트에서부터다. 대공황을 맞아 와스프 출신 대자본가들의 아성이 무너지고 유대인 등 신진세력에 의해 먼저 재계 판도가 뒤집힌다.

이어 정치권력에서도 매카시(아일랜드계) 선풍이 있은 후 몇 년 뒤 아일랜드계 구교도인 존 F 케네디가 집권하는 등 '천지개벽'이 일어난다.

20세기 중반이후 상류출신의 정통 와스프가 백악관을 차지한 것은 1990년대 초 조지 부시 정도다. 그리고 그 아들(조지 W 부시)이 이번에 다시 입성한 것이다.

■아무튼 부시 정권은 여러모로 연구대상이다. 각료진용에 백만장자급 재산가들이 즐비해 미 역사상 최고의 갑부내각이라는 최근 외신 보도내용에서도 와스프의 냄새가 물씬 느껴진다.

그것도 모두들 석유 알루미늄 등 '굴뚝경제' 출신이다. 내각 등 참모진을 다민족 화합형으로 짜면서도 유대계는 완벽히 배제한 점에서도 와스프의 강한 보수성이 엿보인다.

아버지는 걸프전으로 와스프의 '과단성'을 세계에 보여줬다. 아들이 보여줄 와스프의 미덕(?)은 과연 무엇일지 관심거리다.

/송태권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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