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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FM '우리가락…'진행 임동창 "국악재료 제대로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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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FM '우리가락…'진행 임동창 "국악재료 제대로 만났습니다"

입력
2001.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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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봄처럼 말간 햇살이 비치다가 금세 눈이라도 쏟아질 듯 어둬어지는 1월 29일 오후의 제주 북제주군 조천읍 와흘리.서예가 김영수씨가 작업장 수성산방(守聲山房)은 우리가락의 멋과 흥에 취한 주민들로 북적거렸다. 지역별로 특색있는 민요를 발굴하는 EBS FM '우리가락 노랫가락-임동창 풍류방'의 공개녹화장인 이곳에서 제주민요 기능 보유자 김태매(71)씨는 '해녀 노젓는 소리''멸치 후리는 소리' 등 토속 제조민요를 연신 뽑아낸다.

진행자 임동창(45)이 엇박자 장단으로 흥을 돋구니 관객의 어깨도 덩달아 들썩인다. 김씨가 노래를 마치자 임동창의 걸쭉한 입담이 이어진다.

"아주 매력 덩어리구먼~어쩌면 좋디야. 이 노래에는 서양음악의 대위법이 그대로 살아 있어요" 이어 김씨가 바구니에 헝겊인형을 담아 흔들며 토속 자장가 '애기 흥그는(흔드는) 소리'를 부른다.

'아이구, 어멍(엄마) 바쁜 줄 모르고 ...웡이 자랑(빨리 자라)~웡이 자랑.' 외지인의 귀에는 외국어같이 생소한 제주도 사투리로 사설을 늘어놓으며 바구니를 흔들자, 임동창이 끼어든다.

"이렇게 좌우로 흔들리며 잠드니 애들이 그야말로 '힙합'리듬이 배는 거죠" 장내는 웃음바다가 된다. 지난해 10월 EBS 기획시리즈 '임동창이 말하는 우리음악'에서 그는 '기인 피아니스트로'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양악과 국악을 넘나들며, 강의 도중 흥에 겨워 피아노를 치고 춤을 추는 퍼포먼스식 진행과 걸쭉한 입담이 화제를 모았다.

그에게 '우리가락 노랫가락' 의미가 각별하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유자재로 변용할 수 있는 '국악'이라는 재료를 제대로 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4개월 간 잠을 두 시간 자면서 오롯한 내 소리를 만들 고민을 했습니다. 아무 재료도 없이 머리를 싸매니 그야말로 '맛'이 가더군요." 그래서 국악을 해체조합하여 자기만의 사운드를 만들었다.

음악적 정체성에 대한 시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냅둬유"라고 외친다. "어차피 음악은 던져 놓으면 내 것이 아니니까요"

삭발은 왜 했을까. "스물 아홉에 대학(서울시립대)에 들어가 작곡을 공부했지요. 그러다 세상사가 귀찮아 중이 됐는데 징집영장이 나왔고, 다시 산으로 들어가려다 첫사랑을 만났고, 속세에서 엄벙덤벙 살다 보니 이리 됐습니다." '임동창식' 음악만큼이나 사연이 담겨있다.

그는 자신이 '작곡가'임을 힘주어 강조한다. "기인 피아니스트'가 아닙니다. 단지 제가 곡을 쓰면서 연주를 하다보니 그렇게 비치는 모양인데요, 제 행동이 절대로 근거없는 '오버'가 아니거든요."

지금도 정악인 '수제천'과 '영산회상'을 자기식대로 해석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조용한 산사에서 곡 쓰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죠."

양은경 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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