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시장의 파고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우리의 최대 시장인 미국의 경기후퇴와 이에 따른 부시 신정부의 통상ㆍ개방 압력, 자국시장 방어를 위한 유럽연합(EU)과 중남미, 중국, 동남아 등 개도국의 수입규제, 우리의 수출경쟁력 저하와 직결되는 엔화가치 하락까지 겹쳐 있다.
수출 1위품목(지난해 262억달러)인 반도체 국제시장 가격은 바닥세에 있고, 철강제품은 미국, 캐나다, 유럽에 이어 대만, 남아공 등 전방위 수입규제 압박을 받고 있다. 자동차도 미국 시장 위축과 EU, 중남미시장의 세이프가드 피소 위기감이 점증하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1일 "내수침체와 원유가 안정에 따른 수입격감(전년 동기비 -1%)과 선박 통신기기 기계 등 수출 호조로 1월중 무역수지가 3억2,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지만 이미 증가세가 현저히 둔화했고, 현재와 같은 수출여건이 계속 나빠진다면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김상렬 무역투자심의관은 "설 연휴 수출감소 요인에도 불구하고 1월중 수출증가율(5.2%)과 무역수지가 '플러스'로 나타났다"며 "2분기 이후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해 PC 등 수요가 회복되고 반도체가격이 상승하면 두자릿수 수출증가율도 무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올해 수출 1,910억달러 수입 1,810억달러로 100억달러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 KOTRA '통상마찰 대책'
산업자원부는 지난달 31일 무역협회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철강 섬유 전자 등 주요업종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수입규제대책반회의를 열고 "올해 통상마찰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저가ㆍ물량위주 수출 지양 등 해당 국별 수출전략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KOTRA가 분석한 '2001년 지역별 수입규제 전망 및 대책'이다.
철강.자동차 압력 거세
◆ 미국
수입업체로부터 징수한 반덤핑관세를 제소업계에 배분토록 한 '버드수정안'이 미국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이를 활용하려는 업계의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기침체에 따른 내수시장 보호 요구도 점증하고 있어 철강ㆍ자동차 등 전통산업에 기반한 부시 정부의 수입규제 압박이 가중될 전망이다.
KOTRA측은 "지난해 대미 수출과 시장점유율이 급증한 스테인리스 스틸파이프(수출증가율 147%), 금속주조기부품(73%), 컴퓨터 자기헤드(55.4%), VTR(63.9%) 등이 위험품목"이라며 "수출가격 결정시 정책적 배려와 함께 해당 품목의 중ㆍ장기적인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역내 수출품 내수전환
◆ EU
미국시장 축소로 역내 수출품의 내수전환이 예상되는 만큼 제3국 수입에 대한 경계심과 해외시장 개방압력이 고조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유럽철강협회는 최근 제품 수입동향을 사전 점검, 규제를 위한 조기경고 메커니즘을 마련할 것을 EU 당국에 촉구했고, EU집행위측은 역외국 섬유시장 개방압박을 강화할 것을 천명하기도 했다.
한ㆍEU조선 마찰은 세계무역기구(WTO)제소 직전단계에 있고, 지난해 EU 시장점유율이 5.5%포인트 증가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서도 보복조치를 경고하고 있다.
남미.인도도 보호무역
◆ 개도국
지난해 반덤핑 등으로 신규 제소된 32건 가운데 20건이 중남미 등 개도국이 제기했다. 브라질의 경우 한국 등 아시아산 제품에 대해 통관지연, 최저가격제 등 별도의 수입규제 방안을 마련중이고, 한국산 철강ㆍ자동차 등에 대해서도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인도의 경우 농산물과 소비재 등 715개품목 수입제한조치가 해제(4월1일)되는 대신 반덤핑 조치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남아공도 수입시장 점유율 1위품목인 화학제품 등에 대한 반덤핑 제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덤핑조사 강화 천명
◆ 중국
WTO 가입을 앞두고 지난 달 15일 기계 전자 등 22개 업종ㆍ제품의 수입쿼터제를 폐지한 중국의 대외경제무역부는 최근 "EU의 10%에 불과한 반덤핑 전문조사요원을 10배가량 늘리겠다"고 밝혀 저가 대량 유입품목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강화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철강ㆍ유화제품에 대한 수입규제도 지속될 전망이어서 업종별 수출실적 모니터링을 통한 조기 수입규제 경보체계 등이 강화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한국 보조금 시비' 선진국단골 메뉴
우리나라에 대한 선진국들의 통상압력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가 '보조금' 문제다.
지난달 31일 미국무역대표부(USTR) 로버트 졸릭 대표가 산업은행의 현대전자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지적한 것도 이 문제였다.
현행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상 보조금이란 정부가 특정 민간부문에 재정ㆍ금전적 이득을 제공하는 것으로 ▦금지보조금 ▦상계가능보조금 ▦허용보조금 등이 있는데, 미국은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상계가능보조금'으로 보고 있다. 상계가능보조금으로 판정되면 미국은 보조금으로 인해 자국기업이 입은 피해액을 상계할 정도의 고율관세(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보조금 여부의 잣대는 첫째 특정부문에 대한 지원이냐, 둘째 시장가격보다 낮게 지원되느냐의 두가지. 정부관계자는 "현대전자의 회사채만 인수했다면 보조금이 되겠지만, 일정등급이하 회사채는 다 인수해주는 만큼 특정성이 없고, 인수조건도 시장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결코 보조금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국은 ▦신속인수의 주된 수혜대상은 현대인데다 ▦실세금리로 지원한다해도 만기연장이 힘든 회사채를 만기연장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상계대상 보조금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미국이 이 문제를 WTO에 제소해도 승산이 불투명한 만큼, 실제 제소보다는 '압박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있다.
지난해에는 유럽조선업계가 대우중공업(조선)에 대한 워크아웃플랜(이자감면, 분할상환등)을 '보조금'으로 간주, 유럽연합(EU) 집행위에 제소하기도 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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