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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맨 오브 오너' - "최고가 되려면 나를 넘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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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맨 오브 오너' - "최고가 되려면 나를 넘어봐"

입력
2001.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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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인종차별 반대는 또 다른 인종차별이다. 강한 부정은 긍정이다. '맨 오브 오너(Man Of Honor)' 에는 이 두 가지 역설이 담겨있다.칼 브레셔(쿠바 구딩 주니어)는 미국 해군의 전설적인 심해 다이버이다. 최초의 흑인 다이버이자 최초의 장애인 다이버였다.

그에게는 두 가지 넘지 못할 장애물이 있었다. 그는 흑인이었고, 자신과 너무나 닮은 교관 빌리(로버트 데니로)를 만났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다이버는 백인의 성역이었다.

흑인 병사는 취사병으로 만족해야 하는 신세였다. 그는 금기에 도전했다. 세상은 언제나 불가항력처럼 보이는 장애물을 뛰어넘는 자에게 '영광'을 안긴다.

백인 병사들의 노골적인 거부반응과 멸시. 최고 다이버로서 바다속에 뼈를 묻을 결심을 한 이상 각오한 일이다. 그에게는 이상형이 있다.

장교에게 행패를 부리고, 피속에 공기가 들어가 더 이상 바다에 들어갈 수 없어 심해 다이버학교 교관이 된 마스터 다이버인 상사 빌리. 빌리야말로 그에게 또 넘어야 할 산이었다.

노골적인 인종차별주의자, 성마르고 오만하며 악랄한 교관은 흑인 청년 칼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집념과 재능을 발견한다.

그것이 싫어 칼에게 더욱 가학적이다. 그 빌리는 칼이 한쪽 다리를 잃고도 90kg의 잠수복을 입고 심해를 누빌 수 있었고, 1971년 마침내 마스터 다이버에 오르도록 한 '위대한 스승' 이었다.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맨 오브 오너' 는 전기영화의 요소들을 모두 갖췄다. 가난과 고통이 있다. 위기도 있고, 절망도 있다. 그것을 극복하는 용기와 땀과 사랑이 있다.

드라마틱한 순간도 있고 감동도 있다. 백인농장 하인으로 손에 피가 나도록 밭을 갈면서 "아버지처럼 되지 말라"고 아들을 해군에 보내는 아버지. 중학교 1학년 중퇴인 칼에게 다이빙 이론을 가르쳐 낙제를 면하게 해주면서 사랑을 키워 아내가 된 여자.

칼은 불합격 시키려는 다이빙학교 당국은 농간을 물리치고 얼음같이 차가운 바닷속에서 9시간 30분을 버티고, 빌리는 강등을 감수하고 학교장의 명령에 불복종하며 칼을 졸업시킨다.

빌리의 자포자기한 삶에는 아픔이 있고, 지중해에 빠진 핵 폭탄을 찾으려다 왼쪽 다리를 잃은 칼이 빌리의 도움으로 해군인사본부의 청문회에서 잠수복을 입고, 떠 났던 아내와 아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다시 걷는 모습에는 인간승리와 우정의 진한 감동이 배어있다.

모든 것을 갖췄기에 오히려 상투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맨 오브 오너' 가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은 리듬있는 연출과 연기 덕분이었다.

로버트 데니로는 오랜만에 원래 자기 자리인 괴팍하고 거침없으면서도 속 깊은 인물로 돌아왔다. 그와 경쟁하듯 작은 체구에서 뿜어 나오는 쿠바 구딩 주니어의 열연도 인상적이다.

악독한 교관의 캐릭터는 이미 '풀 메탈 자켓' '지 아이 제인' 이 전형을 제시해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주인공이 누구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진다.

로버트 데니로가 누구인가. 10일 개봉.

이대현기자

leedh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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