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위가 분식회계 혐의로 고발한 대우그룹 전ㆍ현직 계열사 사장에 대해 검찰이 1일부터 사법처리 수순에 돌입함으로써 대우그룹 부실화 과정의 실체가 조만간 드러날 전망이다.검찰은 이날 일단 전주범(全周範) 전 대우전자 사장 등 3명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금명간 계열사 사장들에 대한 무더기 사법처리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들 3명이 과대 계상한 4조5,000억원은 금감위 특감 결과 드러났던 22조9,000억원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액수이기 때문이다.
수사결과 대우는 1997~99회계연도에 차입금 누락, 가공 채권 조작 등의 수법으로 자산을 부풀려 흑자를 낸 것처럼 꾸며 부실을 은폐한 뒤 금융기관에서 거액을 대출 받았다.
검찰은 대우가 재무제표를 허위 작성하고, 이를 근거로 금융기관에서 거액을 차입한 과정과 분식(粉飾)회계를 눈감아준 회계법인의 불법 행위를 집중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금감위 고발 이후 5개월 동안 검찰이 대우의 자금흐름을 샅샅이 추적했고, 수사도 계열사 사장 사법처리 단계에 와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부분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금감위가 고발 또는 수사의뢰한 관련자들 모두 2월 중순 이내에 일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검찰이 대우 부실의 '몸통'격인 김우중(金宇中) 전 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 및 사법처리 수순만 남겨놓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따라서 검찰은 앞으로 분식회계 내역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났을 것으로 보이는 김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 규모와 사용처 수사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미 김 전회장이 영국 런던에 있는 계좌(BFC)를 통해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김 전회장의 가족 등을 통해 고강도의 압박 작전을 구사하며 자진 귀국을 종용하고 있는 것도 그만이 비자금의 자금 흐름과 사용처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김 전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이뤄질 경우, 일부 비자금이 정치권 등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국은 또 한차례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김우중씨 어디있나
해외 체류 중인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은 지난해 지병인 심장 질환 치료를 위해 독일의 한 대학병원 부설 요양타운에 머물다가 이후 프랑스 니스, 베트남, 아프리카 수단 등으로 거처를 자주 옮겨 현재 정확한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대우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말까지 아프리카 수단에 머물며 현지 정치인과 지인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수단체류 사실이 보도된 이후 수단을 떠나 지금은 유럽에 머물며 신병치료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 들었다"며 "정확한 소재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뇌수술을 받았던 김 전 회장이 최근 심장 외에 위와 장도 좋지 않아 고생하고 있으며 부인인 정희자 여사가 간호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김 회장 체포 결사대'를 구성한 대우차 노조 관계자는 "김 회장이 지중해 연안 모로코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재계 일부에서는 검찰이 김 회장의 귀국을 종용하고 진술을 받기 위해 수사관을 급파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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