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통화한 차범근씨는 "내가 대표팀 감독할 때 선수단을 엄격한 규율로 통제한 것이 마치 큰 잘못인 것처럼 (나를) 몰아붙였는데 히딩크 감독이 그렇게 한다고 하니까 언론은 아주 잘 하는 일로 보도하더군요"라며 은근히 꼬집는다.허정무씨(현 축구협회 기술자문)씨도 "올림픽대표팀에서 플레이메이커없는 축구를 하겠다고 했을 때 언론은 그것이 큰 잘못인 것 처럼 저적했는데 히딩크 감독이 그렇게 한다고 했을 때 다들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더라"며 다소 섭섭한 기색이다.
'외국인감독과 달리 왜 한국지도자는 믿지 못하느냐'는 항변이 섞인듯한 두 감독의 말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그들의 말대로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은 히딩크 감독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의 데뷔전(칼스버그컵)에 대해서도 '대표팀이 달라지고 있다' '절반의 성공' 등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을 맡은지 불과 10여일만에 치른 대회였던 만큼 성급한 판단은 곤란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많은 과제를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히딩크 감독 역시 허정무씨에게 "빠르고 체격조건이 좋고 경기감각이 있는 수비수는 더 없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는 4-4-2시스템에서 수비문제에 대해 심각히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히딩크 감독에게는 칭찬보다 쓴 충고가 더 필요하다. 더구나 '(여론조사 결과) 국민 대부분이 16강진출을 믿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의 축구현실은 선수층이 너무 얇고 선택의 폭은 제한되어 있다. 감독이 자신의 구상을 실현하는데 문제가 많은 것이다.
따라서 히딩크 감독은 먼저 이런 현실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만이 '히딩크축구'가 빨리 자리잡는 지름길이다. 역대 대표팀감독 대부분이 언론과 사이가 좋지 못했는데 그것은 처음 시작할 때와 끝날 때의 평가에 너무 차이가 많았기때문이다. 히딩크 감독만큼은 그 반대가 되길 기대한다.
/유승근기자 u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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