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500원으로 싱싱한 바닷가재를 잡으세요."인형뽑기 열풍에 이어 '랍스터(바닷가재) 뽑기' 오락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유리상자 속에 있는 내용물이 바닷가재이고 뽑아올린 가재는 산 채로 봉투에 담아가거나 인형 50개와 바꿀 수 있다는 점만 다를 뿐 '오락'방식은 똑같다.
가재는 인형과 달리 집게를 요리조리 피해 성공할 확률이 낮고 인형뽑기(100~200원)보다 비싼데도 서울 신촌, 강남 지역의 오락기들마다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1주일간 3만원을 '투자'했다는 회사원 염모(25ㆍ여)씨는 "징그럽게 생긴 랍스터가 집게에 닿으면 짜릿한 쾌감이 느껴진다"며 "1인분에 4만원이 넘어 먹을 엄두도 못 냈던 바닷가재를 꼭 뽑아서 가족과 맛있게 먹겠다"고 말했다.
오락기 주인들은 희색이 만면이다. 신촌의 한 주인은 "바닷가재는 1주일에 한 번만 물을 갈아주면 되고 한 달 이상 먹이를 주지 않아도 살기 때문에 관리가 수월하고 수입도 짭짤하다"고 전했다.
랍스터 뽑기 오락기를 제작하는 M사 노대성(盧大成ㆍ30) 기획실장은 "새롭고 엽기적인 것을 찾는 젊은이들의 기호와 맞아떨어져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오락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전강훈(全康勛ㆍ서울대 컴퓨터공학1)씨는 "금속 집게에 가재의 껍질이 부서져 나가는 것을 보고 기겁했다"며 "돈과 재미를 위해 가재를 학대하는 것은 생명경시 풍조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동물보호협회 임규호(林圭鎬) 사무국장은 "생명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기성세대의 이기적 발상"이라며 개탄했다.
최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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