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과 함께 현대그룹 유동성 문제의 양대 축을 이루던 현대투신 문제가 미국 AIG 컨소시엄의 1조1,000억원 규모 투자제의로 해결의 가닥을 찾게 됐다.금융감독위원회는 31일 "최근 AIG 컨소시엄이 정부와의 공동출자를 조건으로 현대투신증권에 1조1,000억원 가량을 투자할 것을 희망하는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금감위 진동수 상임위원은 "AIG측은 정부와의 출자 후 현대투신의 경영권을 행사할 것을 희망했으며, 금감위는 AIG측과 2월말까지 협상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투신, 큰 줄기는 잡았다
금감위측은 "협상의 초기단계이며 확정된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정황상 AIG와의 협상을 낙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는 AIG측과의 직접 협상을 부인해 온 정부가 AIG측과의 협상 원칙을 천명한 것과 이미 현대투신에 대한 정밀실사를 마친 AIG가 1조1,000억원이라는 구체적 액수를 제시했다는 점은 협상 당사자인 정부와 AIG간에 협상의 큰 틀에 대한 교감이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진위원은 "AIG가 실사를 벌여 추가부실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협상의 걸림돌
AIG와 정부와의 협상에서 최대 난제는 현대증권 처리 문제. 금감위 주변에서는 "현대투신의 자본잠식 규모가 1조2,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AIG측이 제시한 1조1,000억원은 현대증권까지 생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요컨대 AIG가 제일은행 처리방식을 모델로 한국증시에 교두보를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현대그룹 소속인 현대증권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정부가 AIG와 어떤 방식으로 협상을 벌여나갈 것인가가 최대의 관심거리로 부각되고 있다. 이밖에도 현대그룹이 자구를 명목으로 제공한 계열사 유가증권의 처리방안과 대주주 지분의 처리도 협상의 속도를 좌우할 요소이다.
■숨통트인 자금시장
시장에서는 AIG와 정부의 협상개시를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원칙보다는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해 우회적인 방법을 택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2월말로 예정된 금융 및 기업 개혁작업 일정과 자금시장을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원론적 방법대신 사회적 비용을 이연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거래소주가가 급등하고, 대부분의 증권업종이 장 막판 폭등하는 등 AIG효과를 실감케 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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