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이미 유럽산 쇠고기와 골분(骨粉)사료 등 소 부산물에 대해 96년부터 단계적으로 수입금지를 한 데 이어 지난 연말에는 사료용으로 사용되는 유럽산 소 혈분(血粉)의 수입을 추가로 금지했다.또 소나 양의 태반 등 추출물을 사용한 유럽산 화장품도 97년7월부터 수입을 규제하고 있으며, 의약품은 미감염 증명을 붙인 경우에 한해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광우병 공포는 해소될 것 같지 않다. 소가 우리 식탁의 중요 부분을 차지하는 데다, 광우병이 사람에게 치명적인 질병인 '변형 크로이츠펠트 야콥병(vCJD)', 일명 인간 광우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광우병 예방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소나 양 등 되새김질 하는 가축에게 동물성 사료를 주지 않고, 광우병 감염이 의심되는 육류를 사람이 섭취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광우병이 감염되지 않은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부터 연간 3,000톤 규모의 골분 사료를 수입하고 있으며, 이 사료는 대부분 개나 닭 등에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유통경로를 추적하기 어려워 소에게 사용됐을 개연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농림부는 이 때문에 수입 골분사료의 사용실태를 조사중이다.
광우병에 감염된 쇠고기 뿐 아니라 소 추출물을 원료로 한 화장품과 의약품, 우유, 유제품 등에 대해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식약청은 현재 소 추출물을 사용한 제품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벌이는 한편 광우병 유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밀검사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유와 유제품은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우리나라도 우유 제품에 대해서는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광우병은 쇠고기 섭취만을 통해서만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상처난 피부, 수혈 등을 통해서도 발병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소의 태반에서 추출한 수입산 노화 방지용 화장품, 소를 도살해 얻은 아교나 젤라틴, 그리고 이들이 함유된 수술재료 등도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미국의 경우 광우병 빈발국가에서 거주한 사람들의 헌혈까지 금지하고 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 광우병 유사증상 환자들 "검사 안해"
"현재까지 광우병 환자가 발견되진 않았지만, 우리나라가 광우병 안전지대라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의료계의 분위기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보건 당국은 광우병과 증상이 유사한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일명 CJD) 환자가 45명 발견됐을 뿐, 광우병의 인체 감염 형태인 '변형 크로이츠펠트 야콥병(vCJD)'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에 광우병 환자가 전혀 없다고 확신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우선 광우병 진단 자체가 쉽지 않다. CJD의 경우 뇌파검사와 자기공명영상촬영(MRI)으로 진단이 가능하지만, 인간 광우병(vCJD)이 의심될 경우엔 뇌 조직검사가 필수적이다.
말이 조직검사이지, 머리를 열거나 구멍을 뚫는 뇌 수술을 통해 뇌 조직 일부를 떼어내는 어려운 작업이다. 광우병 진단이 가능한 곳도 수의과학검역원, 한림대 의대 등 몇 곳에 불과하다.
한림대 의대 김용선(미생물학) 교수는 "증상이 광우병과 유사하고, 환자의 대뇌피질에서 광우병의 매개체로 의심되는 변형 단백질(프리온)이 발견되면 99% 인간 광우병으로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환자들이 뇌 수술에 대한 두려움과 치유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조직검사를 기피하는 데 있다.
최근 인천 길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이모(50ㆍ여)씨는 광우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뇌 조직검사를 권유받았으나 이를 거부했고 숨진 뒤 화장 처리됐다. 지난 해 8월 치매증세를 보여 서울 강남시립병원에 입원했던 36세 남성(경기 부천시)도 나이가 젊고 광우병과 증상이 유사해 뇌 조직검사를 권유받았으나, 보호자들이 검사를 거부하고 퇴원한 상태다.
한림대 김 교수는 "일반 CJD 환자의 평균 나이는 65세인데 비해 이 환자는 나이가 어려 국내 첫 인간 광우병 환자일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환자 가족이 반대해 조직 생체검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전경천 교수는 "뇌 조직검사는 돈이 많이 들고 설사 광우병으로 판명돼도 치료되는 병이 아닌데 누가 선뜻 응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한림대 김 교수는 "보호자들이 조직검사나 사후 부검을 거부하면 현실적으로 광우병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며 "외국에선 사망 후 강제 부검을 의무화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법적, 제도적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광우병이란
광우병(狂牛病)은 소의 뇌를 파괴해 미치게 만드는 신경성 질환. 의학적 명칭은 우해면양뇌증(牛海綿樣腦症ㆍBSE)이다.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 등을 먹고 걸리는 인간 광우병(vCJD)은 잠복기가 5~10년이며 일단 발병하면 뇌에 스펀지처럼 작은 구멍이 뚫리면서 1년 후 사망한다.
CJD는 아직 광우병과의 연관성이 입증되진 않았지만, 뇌 손상 형태가 광우병과 비슷해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역시 발병하면 급격히 치매가 진행돼 1년 이내에 사망한다. 대개 50대 이후에 발병하며 인구 100만 명 당 1명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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