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발표된 건설교통부 간부 정기인사에는 1월7일의 폭설 대처와 관련된 문책성 인사가 포함돼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밤새 큰 눈이 내려 온 나라의 교통망이 마비 상태에 빠졌는데도 일요일이라고 집에서 쉰 관련국장 등을 외청이나 산하기관으로 밀어낸 것은 책임행정이란 측면에서 적절한 조치였다고 본다.
그러나 한가지 의외의 인사가 눈에 띈다. 서울지방 항공청장이 교통개발연구원 파견 발령을 받은 것이다. 채남희(蔡南熙) 전임 청장은 폭설 때 적절하게 대처한 것으로 평가 받은 사람이다.
일요일에도 출근해 김포공항 활주로 제설작업을 지휘했을 뿐 아니라, 그날부터 3일간 퇴근도 하지 않고 비상근무를 했다고 한다.
항공기 결항률 70%의 대혼란이 활주로 사정 때문이 아니라, 항공사들이 비행기 몸체의 눈과 얼음을 제 때 제거하지 못해 이륙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은 알려진 대로다.
그렇다면 표창이나 격려는 못해줄지언정 보직도 없는 산하기관 파견이란 인사는 아무래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건교부 안팎에는 그의 좌천이 폭설 때문이 아니라, 지난 13일 김해발 김포행 대한항공 여객기의 회항조치와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정부의 인사에 관여할 일은 아니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잘못된 인사가 아닐 수 없다. 그 조치는 원칙과 규정에 따른 정당한 것이었기에 징계사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 날 오후 8시30분 승객 167명을 태우고 김해를 떠난 대한항공기는 엔진부분 이상이 발견되어 이륙 30분만에 1차 회항했다.
대한항공측은 다른 비행기에 승객을 태우고 밤 10시30분 다시 이륙했으나 이번에는 김포공항 운행통제시간에 걸려 다시 회항했다. 밤 11시 이후에는 긴급한 사정이 없는 한 착륙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다.
두 차례 회항소동이 기체고장을 일으키고 통제시간을 넘긴 항공사 책임이지, 공항당국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천재지변이나 응급환자 발생 같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밤 11시부터 아침 6시까지 모든 비행기의 이착륙이 금지돼 있다.
이 조치는 공항 인근 주민의 소음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88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수십만 주민의 안면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이 규정은 민의를 존중하는 행정 민주화의 산물이기도 하다.
설사 실효성이 없는 규정이라 해도, 원칙에 충실한 업무가 징계의 사유가 된다면 공직사회는 존립기반을 잃고 만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