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2월1일 이집트의 가말 압델 나세르 대통령과 시리아의 슈크리 알쿠와틀리 대통령이 카이로에서 두 나라의 합방조약에 서명함으로써 통일아랍공화국이 태어났다. 그달 21일에는 나세르가 새 공화국의 대통령으로 선출됐다.거대하고 단일한 아랍 국가의 시발점을 자임했던 통일아랍공화국은 그러나 61년 9월 시리아가 쿠데타를 겪은 뒤 통일아랍공화국에서 탈퇴함으로써 3년반 남짓의 단명으로 끝났다.
통일아랍공화국은 아랍-이슬람권을 경제적ㆍ문화적으로만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통합하려는 범아랍주의가 가장 높은 수준에서 실현된 예로 거론된다. 실제로 통일아랍공화국의 출범은 그뒤 단속적으로나마 아랍세계에 통합의 기운을 높였다. 우선 58년 2월14일에는 통일아랍공화국의 선례를 좇아 요르단과 이라크가 연방국가를 출범시켰다.
통일아랍공화국이 이집트와 시리아로 다시 나뉜 지 10년 뒤인 71년 9월에는 이집트 리비아 시리아의 아랍 세 나라가 국가연합 형태로 카이로를 수도로 한 이집트 아랍공화국을 출범시켰다.
이집트 아랍공화국은 77년 11월 이집트 대통령 사다트가 이스라엘을 방문한 뒤 해체됐다. 84년 8월에는 모로코와 리비아 두 나라가 역시 국가연합 형태로 아랍 아프리카연방을 출범시켰다.
이런 예들은 완전히 한 나라로 통합되었던 통일아랍공화국의 예를 제외하고는 가입국의 주권을 부분적으로 제한하는 데 그쳤지만, 유럽 식민주의자들이 멋대로 그어놓은 국경선을 철폐하고 하나가 되려는 아랍인들의 의지를 보여 주었다.
45년 3월에 창설된 아랍연맹으로 시동을 건 범아랍주의의 최종 목표는 모든 아랍인을 아우르는 단일 공동체의 건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보면, 그 길은 출발이 늦었던 유럽연합에서보다도 오히려 더 멀고 험난해 보인다.
고종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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