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들어 전국적으로 피가 모자라 대한적십자사 산하 각 혈액원 및 의료기관들이 비상이 걸린 반면 버려지는 혈액도 너무 많다. 이에 따라 정부 당국의 혈액정책이 혈액전체를 채혈하는 '전혈 채혈' 일변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30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1998년 한해동안 폐기된 혈액은 총 50만유닛(유닛= 혈액의 양을 세는 단위).
이는 23만명이 헌혈한 양으로, 헌혈자 20명중 1명의 피가 쓰레기장으로 보내진 것이다.95년이후 98년말까지 4년동안 총 203만 유닛(89만명분)이 버려졌다.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에도 40만유닛 이상이 감염 등에 따른 '혈액검사 부적격'과 '기한경과' 등으로 폐기된 것으로 대한적십자사는 파악하고있다.
문제는 기한경과로 인한 폐기다. 현재 헌혈을 통해 수혈용 혈액은 모자라지 않지만 혈액제제의 원료가 되는 혈장 성분은 태부족한 상태.
즉 전혈에서 혈장만을 사용하고 적혈구 등 나머지 성분은 특별히 사용할 곳이 없어 기한(통상 10일이내)이 지나면 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있다. 김홍신 한나라당의원은 "98년 한해에만 혈액폐기로 102억원을 날렸고, 특수폐기물인 혈액을 소각하느라 6억6,000만원을 추가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혈액전문가들은 아까운 국민들의 피를 버리지 않기위해서는 혈액 성분 중 일부분 만을 뽑는 '성분채혈'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하고있다.
작년말 현재 전혈대비 성분채혈은 불과 20%에 그치고있는 실정.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한 교수는 "지금처럼 수혈용을 겨냥한 전혈채혈 방식을 고집할 경우 폐기 혈액은 계속 늘고 혈장 혈소판 등 필요 성분은 부족해 혈장을 수입하는 기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성분채혈 확대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관련 장비가 부족하고 헌혈시간도 길어 헌혈률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며 말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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