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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에 '개혁의 바람'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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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에 '개혁의 바람' 분다

입력
2001.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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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21일 새 추기경 37명을 임명한 데 이어 28일 5명을 추가로 임명한 것을 계기로 가톨릭교계에 새 바람이 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2월 2일자)와 뉴욕 타임스 등은 그 동안 가톨릭계가 답보 상태에 머물렀던 배경과 함께 개혁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이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교황이 한꺼번에 추기경을 42명이나 임명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지만 그 내용을 보면 큰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바티칸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1998년 추기경을 임명하고도 다른 추기경들의 반발을 의식, 발표를 미뤘던 추기경 2명(우크라이나와 라트비아 지역)을 뒤늦게 공표한 것과 함께 우크라이나의 몬시그노르 루보미르 후사르 주교를 포함시킨 것은 그리스 정교가 우세한 동구권에서 교세를 확장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는 것이다.

또 가톨릭 자유화운동을 펼치고 있는 독일의 카를 레만 주교를 임명, 젊은 성직자들의 지지를 끌어내면서 사회변화의 흐름에 호응하기 위한 시도도 읽힌다는 분석이다.

가톨릭교계의 이러한 노력은 갈수록 약화하는 교세에 대한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1998년 현재 전세계 가톨릭 신자는 10억 명으로 10년 전 9억 명에 비해 거의 늘지 않았다. 브라질 등 남미에서는 1950년대 만해도 신도가 93%에 이르렀으나 1991년에 83%로 감소했으며 최근에는 70%에 불과하다.

이처럼 가톨릭이 점차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은 급격한 사회변화를 따르지 못하는 가톨릭의 보수성에서 찾을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특히 사제들의 금욕조항이나 피임반대에 대한 확고한 입장은 성당이 사적인 차원에서 가르침을 줄 수 없고 신뢰를 받지 못하는 요인이 됐다고 이 잡지는 분석했다.

사제를 독신으로 제한하고 여성 사제임명을 막음으로써 사제의 숫자는 1988년에 총 40만 1,900여명에서 1998년에는 40만 4,600명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또 독신인 사제들의 성적 탈선이 문제가 되기도 했으며 1999년 한 조사에 따르면 사제와 신학생 절반 정도가 동성애자라는 보고까지 나오면서 사제의 권위를 떨어뜨렸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에이즈 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피임을 죄악시하는 것이나 이혼과 재혼을 용인하지 않는 등 가톨릭교와 현실간에 상당한 괴리를 초래했다고 이 잡지는 분석했다.

때문에 1978년 교황 즉위 후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온 요한 바오로 2세로서도 더 이상 이 문제를 두고 볼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요한 바오로 2세가 이번에 임명한 추기경들 중 상당수가 과거에 비해 연령이 낮은 편이며 비교적 개혁적인 성향으로 교세확장등에 적극적인 인물들 이라는 평이다.

파킨슨 병을 앓고 있는 요한 바오로 2세의 후계자가 누가 되든 간에 앞으로 가톨릭교는 개혁적일 수 밖에 없고 바티칸에서도 급진적인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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