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968년 북한의 박정희(朴正熙) 대통령 암살기도 사건(1ㆍ21 사태)과 미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피랍 사건으로 한반도 전쟁위기가 고조됐을 때 박 대통령의 '과음과 엉뚱한 행동(heavy drinking and erratic behavior)'을 크게 우려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이 신문은 최근 미 국부무가 기밀해제한 문서들은 1968년 당시 린든 B 존슨 미 행정부가 박 대통령의 '동요(unstable)'를 걱정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국무부 기밀문서를 토대로 한 기사 요약.
푸에블로호 사건 해결을 위해 박 대통령을 만난 사이러스 밴스 미 특사는 존슨 대통령과 각료들에게 "박정희는 기분이 언짢고 동요하고 있으며 술을 많이 마신다"고 보고했다.
존슨은 "박정희의 과음이 새로운 사실이냐"고 물었다. 밴스는 "아니다. 언제부턴가 그래왔다"고 대답했다. 밴스는 "박정희가 부인과 보좌관들에게 재떨이를 던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밴스는 "그는 '위험하고 불확실하다(danger and rather unsafe)'"고 말했다.
밴스는 또 "박정희는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모든 명령을 내릴 것이고 장성들은 다음날 아침까지 조치를 연기할 것이다. 박정희가 (술자리에서) 내린 지시에 관해 다음날 아침 언급하지 않으면 장성들은 전날 밤 그가 내린 명령들을 잊어버린다"고 지적했다.
국무부 기밀문서들은 이 때 전쟁을 원치 않던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 호의적이었고 박정희 정부는 '너무 호전적(too belligerent)'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이 68년 국토통일원을 신설했을 때 미 관리들은 박 정권의 의도가 평화적인 통일에 있음을 분명히 언질받기 위해 노력했으나 한국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윌리엄 포터 주한 미대사는 워싱턴에 보낸 전문에서 "박정희가 지금 북한 공격 필요성에 매우 집착하고 있다"고 밝혔다. 밴스의 서면 훈령에는 "올해는 미국 선거가 있는 해다.
푸에블로호 문제는 주요한 선거쟁점이 될 수 있으며 한미 관계와 미국의 동남아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돼 있다.
존슨 행정부는 박 대통령이 한국군을 베트남에서 철수시키겠다고 위협한다면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결국 박 대통령은 미국의 푸에블로호 승무원 송환 협상에 따랐으나 미국의 근심은 수그러들지 않았다./로스앤젤레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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