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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리더 / 윌프레드 호리에 제일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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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리더 / 윌프레드 호리에 제일은행장

입력
2001.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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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기간 회의 참석차 일본을 다녀온 제일은행의 윌프레드 호리에(55) 행장은 "올해도 제일은행의 비전과 목표는 수익성 높은 은행이 되자는 것"이라며 엄지손가락을 힘차게 펴 보인다.최근 취임 1주년을 맞은 그는 "1년이 정말 빨리 지나갔다고 느껴진다. 일단 시작이 좋은 것 같다"며 "변화는 천천히, 그러나 크게 올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 비쳤다.

연초부터 시작된 제일은행의 잇따른 돌출 행보는 금융 구조조정으로 숨막히는 금융가에 새삼 은행의 '수익ㆍ자율성'이란 신선한 화두를 던지며 화제가 됐다.

제일은행은 지난해말 개정된 기업구조조정 협약에 대해 기업을 선별해 지원하겠다는 단서조항을 달아 유일하게 정부방침에 반발했다.

또 10만원 미만 고객에게 월 2,000원의 계좌유지 수수료를 받는 가 하면 부실회사채 인수여부를 둘러싸고 연초 정부와 긴장감 넘치는 1주일간의 대립양상을 펼쳤다.

그런 돌출적이고 파격적인 이유에서인지 한국은행 신입 행원들의 교양강좌에 시중은행장으론 처음 강사로 초청된 그는 강연에서 "은행은 독립적인 기관으로서 기업 여신에 대해 자율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은행경영에 대한 원칙을 소신 있게 밝혔다.

최근 산업은행의 회사채 긴급 인수제도와 관련해 1주일간 큰 홍역을 겪은 그로선 국내 금융환경의 현실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실감했던 터였을 것이다.

그 긴박했던 1주일간의 내용은 이렇다. 연초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호리에 행장은 4일 세계에 흩어져 있는 제일은행 이사진 17명에게 긴급 전화 이사회의를 소집했다. 정부가 요청한 산업은행 만기 회사채 인수제도에 대한 협조여부를 논의키 위해서 였다.

그는 이 회의에서 경색된 한국 자금시장의 상황을 설명했다. 회사채 인수에 따른 예상 손익 추정치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해외 유수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이사들은 한결같이 손해 볼 것이 뻔한 부실회사채 인수에 대해 반대의견을 제시하더군요.

주주들의 투자에 대해 적정이윤을 돌려주는 것이 바로 은행 경영자가 지켜야 할 첫번 째 덕목이자 책임이라는 것이죠." 그는 이사회 의 반대를 즉각 금융감독원에 통고했다.

일부 언론에선 정부가 회사채 인수에 반기를 든 제일은행에 대해 제재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할 정도였다. 며칠간 법률사무소와 금융ㆍ언론ㆍ학계 등 지인들을 두루 만나 조언을 받은 그는 취임 후 1년 만에 처음 금감원을 방문, 이근영 위원장을 만나 상황을 설명했다.

이사회를 연지 6일만이었다. 이 위원장은 그에게 "시장안정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고 제일은행은 회사채 인수대신 현대전자의 수출환어음(D/A) 한도 확대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마침내 정부의 뜻을 수용키로 결정했다.

호리에 행장은 이 결정에 대해 "시장안정을 위한 협조"라는 이 위원장의 표현을 그대로 사용했다. 그러나 드러난 결과보단 변화를 이끌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 더 큰 의미가 될 수 있다. 그 것이 바로 국내 금융환경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남은 자신의 계약만료 기간인 "4년 후 제일은행의 변화를 인내심을 갖고 지켜 봐달라"고 당부했다.

●제일은행 Power Points

우리정부가 1999년 12월30일 미국의 뉴브리지 캐피탈과 자본비율 49대 51로 공동 투자해 외국계 은행이 된 제일은행은 1월 현재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13.64%로 국내은행 중 최고 수준.

공적자금 투입에 힘입어 무수익여신비율(NPL)은 0.19%로 1년 만에 당기 순이익을 3,060억원으로 끌어 올렸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S&P와 무디스는 지난해 9월 제일은행의 신용등급을 BB+, Ba1으로 각각 2단계 상향조정 했다.

창립: 1926년

특징: 소매금융에 기반을 두고 신탁과 증권관련 서비스 제공

현황: 전국 336개 점포 운영/ 직원 4,570 명/ 고객 470만 명

2000년 말 주요 손익계산서

2000년 잠정 추정치 1999년 (단위 십억원)

순 이자 수익 543 225

대손충당금 63 (1,279)

수수료 수입. 기타 232 (38)

영업비용 482 416

영업 외 수익(비용) 19 (2,264)

당기순이익 306 (1,005)

대출금 14,261 12,888

예수금 16,904 15,698

(2001년 1월21일 현재)

● 윌프레드 Y. 호리에 제일은행장 (his Story)

1946년 미국 하와이 출생 (일본계 미국인 3세)

미 하와이 대 졸업/ 미 육군 특전부대 근무(소령 예편)

세계 14개국에 4,000여 개의 지점 망을 갖춘 미국 파이낸스 회사인 어소시에츠 퍼스트 캐피탈사에서 30년 근무 (수석 부사장, 경영위원회 경영 위원, 일본 사무소장 역임)/ 일본 중앙 통신국 이사회 의장/ 제일은행장 취임(2000.1.21)

'세븐 일레븐'(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하기 때문)

골프 (핸디 19)/ 마라톤 (1985년부터 매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에 참석할 정도. 요즘엔 한강주변에서 조깅을 즐긴다.)

열심히 일하고 확실하게 즐겨라.

김&장 현천욱 변호사, 중앙일보 이제훈 부사장, 서울대 오성환 교수, 조흥은행 위성복 행장, 은행연합회 류시열 회장

일본ㆍ스페인 어에 능통, 현재 한국어 공부 중.

부인 레니 호리에씨와 1남1녀 (자녀들은 현재 미국에 거주)

wilhorie@kfb.co.kr

장학만기자

local@hk.co.kr

■My 키워드

호리에 행장은 취임 1년간 인재 고객 사업개발 변화 등 4가지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 인재

"은행 업은 사람이 하는 비즈니스다." 그는 항상 직원 관리를 최우선으로 꼽는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 지속적인 교육과 개발을 통해 최상의 성과를 도출해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로 CEO의 역할이라고 믿고 있다. 특히 그는 여성 직원들도 경영진 이 될 수 있도록 승진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일은행은 최근 60명의 여성 신입사원을 뽑았다.

▲ 고객

'객장 없는 영업 점' 최근 제일은행은 70여년간 사용해온 영업점의 객장을 없앴다. 그대신 각 직원의 업무용 책상에 고객과 1대1 업무처리가 가능한 상담 창구를 설치하는 등 고객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고객 중심형 업무체제로 전환했다.

호리에 행장의 고객존중은 여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경영진에겐 임직원과 노조 역시 고객이다. 또 임직원들은 영업점의 고객이며 주주는 모든 임직원의 고객이다.

주주의 투자에 대해 적정한 이윤을 돌려주지 못한다면 경영진과 임직원들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사업개발

은행 경영의 근본 목적은 누가 뭐래도 수익성에 달려있다. 도넛을 사기위해 찾아온 고객에게 빵집 종업원은 도넛만 팔면 그만이다.

그러나 막 구워낸 곰보빵이나 당근케이크도 고객에게 시식 시켜야 한다. 소비를 창출하기 위해선 그만큼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는 제일은행장으로 오기까지 캐나다 등 해외지사에서 근무할 때 자신이 이뤘던 영업신장의 비결이 바로 이점에 있었다고 회고한다.

▲ 변화

"변화는 계속되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최고의 은행이 되기 위해선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변화를 이끌어가는 정신이다. 호리에 행장은 최근 시내 한 복판에 우뚝 서있는 24층 규모의 제일은행 본점 빌딩 절반을 뚝 짤라 내놓았다.

이 빌딩 12~24층 전체를 내달 중 임대해 주기로 한 것이다. 물론 호리에 행장 취임 전에도 이 같은 노력은 있었지만 은행경영의 정상화 이후에까지 이를 추진하는 것은 결국 사업의 효율성을 그 만큼 중요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변화는 관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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