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3ㆍ4분기 공공취업 알선기간을 통해 일자리를 잡은 주부 3만4,500명 가운데 17.8%만이 사무ㆍ전문직. 여성가장 대부분이 단순직이라는 얘기다.기업들이 '싼맛'과 '쉬운 정리'를 염두에 두고 여성가장을 고용하는 셈. 결국 스스로가 '근로의 질'을 높이려 노력하는 것만이 유일한 생존방법이다.
3년 전 남편이 실직한 정문연(32)씨는 역시 가장 역할을 하는 여동생 소영(30)씨와 함께 지난해초 만화출판사에 제본견습생으로 취업했다.
언니 정씨는 입사 후 학원 야간반에서 컴퓨터 만화제작을 공부, 지난해말 국내 굴지의 만화제작사에 200만원의 월급을 받는 정사원으로 입사했다. 반면 동생은 출판사의 도산과 함께 실직하고 말았다.
배문숙(가명ㆍ43)씨는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통해 사업주가 된 경우. 1998년 카페 주방에 취직한 뒤 바텐더 학원을 나와 음료부장이 됐고, 이후 전문대 호텔경영 단기과정을 이수해 지배인이 된 뒤 마침내 올해 초 아예 이 카페를 인수했다. 배씨는 앞으로 외국 유학을 다녀와 작은 호텔 하나를 경영할 꿈까지 키우고 있다.
미용사 훈련과정을 초ㆍ중ㆍ고급 순으로 잇따라 이수하면서 남편의 실직 5년만에 미용실을 3개나 소유하게 된 '회장님' 양선미(41)씨도 있다. 양씨는 2년 전에는 남편에게도 미용을 배우게 해 미용실 한 곳을 맡기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우리 사회에서 여성가장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은 일. 여성가장들의 모임인 '소리회'가 1999년 취업한 여성가장 300명의 '1년후'를 조사한 결과 더 나은 직업을 찾은 경우는 12%에 불과했고, 52%는 실직하는 등 상황이 악화했다.
여성가장들의 직업과 계층의 상승이동이 이처럼 어려운 이유는 전체 여성가장 214만4,645명 중 85.7%가 고졸 이하고 66.7%가 40세 이상이어서 대체로 재교육이나 직업훈련에 대한 열의와 기초 소양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은호기자 leeeunho@hk.co.kr
■훈련비 면제.수당 지급
노동부는 전국 47개 '일하는 여성의 집'과 기타 공공ㆍ사설 직업훈련기관에서 교육받는 여성가장들에게 훈련비를 면제해주고 교통비 가계보조수당 가족수당 등을 지원한다.
훈련직종은 조리사ㆍ한복기능인ㆍ폐백음식전문가ㆍ의류수선가ㆍ퀼트연구가 등이며, 최근에는 발관리사ㆍ종이접기강사ㆍ귀금속세공ㆍ컴퓨터방문교사ㆍ텔레마케터 등 전문과정도 개설됐다.
서울시 여성발전센터 등 지방자치단체의 훈련기관에서도 단기에 직업교육을 이수할 수 있다. 창업을 원한다면 노동부의 여성가장 자영업지원사업에 지원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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