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현재 앓고 있든 걸리지 않았든 요즘 홍역에 대한 부모들의 걱정이 공포에 가깝다. 지난 해 하반기부터 유행하던 홍역이 올들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사망자까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국립보건원에 따르면 지난 해 발생한 홍역 환자는 3만 1,933명. 겨울에 접어들면 주춤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지난해 12월에만 1만 4,797명이 추가로 발생했다.
올 들어서도 보름 동안 4,189명이 새로 감염돼 전체 환자는 3만 6,000 명이 넘었다. 지난 해 2명이었던 사망자도 올해 3명이 늘어나 5명이나 됐다. 사망자는 모두 전남ㆍ광주 지역에서 나왔다. 홍역 발생 지역도 전남, 영남 등 남부에서 서울, 경기 등 전국으로 확대된 상태다.
이처럼 홍역 환자가 계속 늘어나자 보건복지부는 2005년까지 취학 전 어린이의 홍역 2차 접종을 의무화하고, 상반기에 만 8~17세 국민 중 홍역 2차 접종을 하지 않은 650만 명을 대상으로 임시 예방접종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홍역에 대한 궁금증을 문답 형식으로 알아본다.
Q. 홍역의 감염 경로는
주로 홍역 환자의 기침, 재채기 등으로 뿜어 나오는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호흡기로 감염된다. 보통 전염병은 85%가 백신을 맞으면 유행하지 않지만 홍역은 전염력이 매우 강해 98% 이상이 맞아야 유행을 막을 수 있다.
Q. 손ㆍ발 접촉으로는 감염이 되지 않나
호흡이나 기침을 할 때 튀어나오는 입자는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다.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입자가 커 반경 1~2m 정도에 미치는 게 고작이다.
반면 홍역은 입자가 작기 때문에 10m까지 날아간다. 손ㆍ발 접촉으로도 감염될 수는 있지만, 공기를 통한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는 뜻이다.
Q. 가족 중 한 명이 걸리면 다른 가족도 꼭 감염되나
전염력이 강해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와 접촉하면 90% 이상 감염된다.
1차 접종을 했어도 항체가 생기지 않은 자녀가 있다면 감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즉시 추가접종을 해야 한다. 만일 예방접종이 안 된 상태에서 홍역 환자와 접촉했다면 일시적으로 예방효과가 있는 주사를 맞은 뒤 3개월 정도 지나서 정식 접종을 해야 한다.
Q. 홍역의 증상은
8~10일 잠복기를 거쳐 고열과 함께 콧물, 기침, 입안의 반점 등이 생긴다. 이어 귀 뒤에서부터 목, 몸, 팔다리로 붉은 반점이 돋는다. 발진 3,4일째부터 열이 내리기 시작하고 평소 건강했던 사람은 1주일 정도면 회복된다. 하지만 1,000명 중 1명은 뇌염이나 2차 세균감염 등으로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Q. 2차 접종은 꼭 해야 하나
홍역 혼합백신(MMR)은 생후 12~15개월에 1차 접종한 뒤, 4~6세에 추가 접종해야 한다.
1차 접종 후 8~10년이 지나면 전체의 10% 정도는 면역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청소년이라도 추가 접종을 하지 않은 경우엔 접종이 필요하다. 생후 12~15개월에 백신을 맞은 1~3세 유아도 요즘처럼 홍역이 유행할 때는 추가접종 시기를 당겨야 홍역을 예방할 수 있다. 7~12개월 영아들은 백신을 미리 당겨서 맞고 12~15개월에 다시 백신을 맞는 게 좋다.
Q. 어른도 홍역에 걸릴 수 있나
'홍역은 무덤까지 간다'라는 말이 있다. 어렸을 때 1차 접종을 했더라도 효과가 90% 정도로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어른도 감염될 수 있다. 예방접종을 받지 않았고 홍역을 앓은 경험이 없는 성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홍역 환자와 접촉이 많은 소아과 의사나 전공의가 감염되는 사례도 종종 있다.
Q. 피부를 긁어 흉터가 남으면 곰보가 된다는데
수두(水痘ㆍ마마)의 경우 염증이 생기면서 피부가 깊이 패이기 때문에 흉터가 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다. 하지만 홍역은 조그만 딱지가 앉았다가 곧 없어지기 때문에 흉터가 남을 우려는 거의 없다.
Q. 열이 심하게 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해열제를 쓰는 등 증상에 따른 대처 외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 옷을 가볍게 입히고 미지근한 물을 수건에 적셔 몸을 닦아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얼음찜질은 어린이가 힘들어 하므로 피하는 게 좋다.
Q. 최근 홍역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2차 접종조항이 1997년에야 소아과학회 예방접종 규정에 명시돼 그 전에 1차 접종만 받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 1~2년 학생들은 홍역에 대한 면역이 거의 없는 상태.
이 번 홍역도 이 연령층에 주로 생기고 있다. 더욱이 97년 이후에도 추가 접종률은 40%선에 그치고 있다. 정부가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하고 백신 확보를 제대로 못한 것도 홍역 확산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과거와는 달리 어린이들이 겨울방학에도 학원, 유치원에 다니는 등 외부활동이 늘어난 것도 집단 감염을 부추기고 있다.
Q. 홍역의 치료와 예방법은
홍역 바이러스를 죽이는 치료제는 없으므로 일단 걸리면 증상별 치료를 받으며 휴식을 취해야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백신을 맞는 게 최선. 백신은 단독백신과 볼거리, 풍진을 함께 예방하는 MMR백신이 있다. MMR은 균주가 살아있는 생백신이기 때문에 몸이 약할 때 맞으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홍역이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학교에 보내지 말아야 한다.
/고재학 기자 goindo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