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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화장실, 건설보다 관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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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화장실, 건설보다 관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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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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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이라는 소재 때문이었을까. 한국일보가 지난해 4월에 제정한 이달의 시민기자상에 대한 독자반응이 이번 달만큼 많았던 경우가 없었다.1월의 시민기자 박천길씨는 월드컵 같은 국제행사를 앞두었다는 이유로 멀쩡한 화장실을 헐고 새로 짓는 것을 비판한 독자투고를 보냈다.

그를 시민기자로 선정했다는 인터뷰 기사가 나간 17일, 주로 걸려온 전화는 '독자 투고만 보내면 시민기자상 대상이 되느냐'는 내용이었다.

박씨를 소개한 기사가 시민들의 동참을 끌어낼만큼 공감을 샀다는 뜻이리라. 그 후 시민들의 생활을 불편하게 만드는 갖가지 일들을 적어보내는 독자투고가 눈에 띄게 늘었다. 반대로 '화장실 깨끗하게 짓는 걸 왜 반대하느냐'는 반응도 있었다.

화장실을 깨끗하게 짓는 걸 반대하진 않는다. 관리만 잘 하면 되는 화장실을 헐고 호사스런 화장실을 짓는 것을 반대할 뿐이다.

이것은 그 날 독자투고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더 많은 시민들의 뜻이기도 할 것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화장실을 개선하겠다는 서울시와 한국관광공사의 의지가 신문지상에 등장했을 때 대부분의 여론은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화장실을 개선하다못해 서울시 송파구가 평당 600여만원이나 들여 초호화 화장실까지 지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은 급격히 나빠졌다.

올해도 서울시는 공공화장실 개선에 예산을 13억원 정도 배정했다. 행정자치부에서도 화장실을 비롯한 관광ㆍ문화유적지를 가꾸는데 214억을 배정해놓고 있다. 물론 지방을 가보면 시설을 새로 지어야 할만큼 낙후된 화장실이 있긴 하다.

그러나 대도시 대부분에서 화장실 문제는 시설 자체보다는 관리와 이용에 있다. 우선 시민들이 공공화장실을 제 집 살림처럼 깨끗하게 쓰지 않는데다 여전히 줄을 한꺼번에 서지 않고 칸칸마다 서서 불편을 자초하고 있다.

또 공공 화장실에 뚜껑이 없는 휴지통이 너무 많다.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혐오감을 느꼈을 이 같은 상황은 어서 개선되어야 한다. 화장실 표시는 그림기호로 통일해야 한다.

뜻밖에도 오래된 건물에는 한글로만, 화려한 레스토랑에는 영어로만 표시되어 글을 모르는 어린이나, 영어를 모르는 내국인이나,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을 당황케 하는 화장실이 무척 많다.

새로 화장실을 지을 때는 남자용과 여자용을 한 군데 두어서는 안 된다. 보통 국제공항이나 호텔을 가보면 남자용과 여자용은 정반대 방향에 떨어져 있다.

장소배치를 같은 곳에 할 수 밖에 없다면 출입구만이라도 떨어져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화장실 앞에서 이성의 아는 이를 만나면 민망스런 것은 누구나 느끼면서도 유독 우리나라에는 남녀 화장실 입구가 붙어있는 곳이 많다. 청와대 영빈관조차 그렇다.

화장실을 고급 대리석으로 꾸며도 이 같은 관리와 이용 문제가 고쳐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결국 돈보다는 사용자 중심의 의식전환이 문제이다.

그런데도 굳이 화장실에 돈을 쓰고 싶다면 저소득층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화장실을 더 많이, 깨끗하게 짓는데 써주길 바란다.

아니 저소득층의 주거공간을 고치는데 돈이 활용되길 바란다. 참고삼아 말하자면 서울시에서 음식점들이 화장실을 개보수하여 공공시설로 개방하면 1,000만원을 3%에 융자받을 수 있지만 도시영세민은 주택개량 자금으로 3,000만원을 연리6.5%에 융자받을 수 있다. 이나마 주거환경개선지구에 살아야 가능하다.

서화숙 여론독자부장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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