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들어 혈액의 공급이 꽉 막혀 전국 의료기관에 비상이 걸렸다. 채혈량이 급감한 대한적십자사 산하 일부 시ㆍ도 혈액원에서는 재고마저 바닥이 보이는 바람에 다른 혈액원에서 피를 긴급지원받는 지경이고, 일부 병원에서는 수술을 연기하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올들어 25일 현재까지 전국 16개 혈액원이 채혈한 혈액은 총 13만4,187유닛(1유닛=320~500㎖ 용기 기준으로 1명으로부터 1회 채혈한 양). 그러나 같은 기간 의료기관들이 요구한 혈액은 22만6,429유닛으로 1.7배나 수요 초과를 빚고 있다.
이 때문에 혈액원들이 비상시에 대비해 축적하도록 한 재고물량도 13만2,769유닛으로 줄어들어 적정 재고량(20만유닛)의 65% 수준에 불과한 상태다.
특히 하루 평균 전국 의료기관이 요구하는 혈액량은 9,057유닛이나 채혈량은 59%인 5,367유닛으로 필요한 양의 절반으로 떨어져 날이 갈수록 피부족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서울 경기 등 대도시 혈액원이 피를 구하느라 아우성이다. 중앙ㆍ남부 등 서울지역 4개 혈액원의 경우 1일 3,948유닛의 혈액이 필요하지만 채혈량은 이의 46%인 1,826유닛으로 공급이 절반에도 못미친다. 경기혈액원도 1일 채혈량이 366유닛으로 의료기관 요청량(555유닛)을 크게 밑돌고 있다.
전례없이 피가 부족한 이유는 전체 채혈량의 20%를 공급하고 있는 군인들의 헌혈이 전염병인 말라리아의 확산과 최근의 폭설 등으로 급감한데다, 경기침체로 일반인들의 헌혈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서울 경기 대구ㆍ경북혈액원 등은 재고물량에 손을 댄 상태고, 광주전남 혈액원은 혈소판 등의 절대 부족으로 올들어 벌써 7차례나 부산 대전 혈액원 등으로부터 피를 '대여'받았다.
일부 병원은 수술을 늦추거나 아예 수술예약을 받지 않고 있다. 서울 Y병원측은 "하루 50유닛의 혈액이 필요하지만 절반 가량밖에 공급되지 않아 위급한 수술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적십자사는 혈액 부족을 메우기 위해 최근 언론매체 등을 통해 헌혈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등록헌혈제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채혈량을 하루 1만유닛으로 늘리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적 관계자는 "올해 채혈량은 헌혈이 저조했던 작년 같은 기간보다도 10% 이상 감소했다"며 "결국 부족분을 각 혈액원의 재고물량으로 메울 수밖에 없어 비축분이 동나는 최악의 사태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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