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설 연휴인 25일 '전화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대통령 간의 통화는 부시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인 지난해 12월16일 한 번 있었고 취임 이후에는 부시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와 이날 처음 이뤄졌다.20여분의 통화에서 두 대통령은 "우의(友誼)가 넘쳤다"는 청와대 박준영 대변인의 발표대로 한미 관계의 중요성, 공조 강화, 조속한 만남에 인식을 공유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변화 흐름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밝히지 않아 북한 문제에 여전히 신중한 태도로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부시 대통령은 통화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 대통령과 남북문제, 동북아 문제를 협의하고 동반자로 일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인사했다. 이에 김 대통령은 "감동적이고 비전 있는 취임연설에 감명을 받았으며 위대한 미국 건설과 세계 평화를 위해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두 대통령은 이어 그동안의 남북관계 진전상황, 북한의 움직임을 놓고 본격적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김 대통령은 "북한이 연초 신사고를 주창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것을 보면, 북한이 개혁ㆍ개방의 길을 택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면서 "정치는 사회주의, 경제는 개혁ㆍ개방의 길로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김 대통령이 그 동안 대북정책에서 성취한 업적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새 행정부에 대한 기대도 잘 알고 있다"면서 "조만간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한국 고위관리(외교부장관)를 만날 때 한반도 평화증진을 위해 노력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지금 한미 양국은 과거 어느 때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각하(부시 대통령)와 더불어 이런 관계를 더 강화시키고 싶다"면서 "남북관계의 진전에는 한미간 연합방위가 크게 기여했으며 한ㆍ미ㆍ일 3국의 공조도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부시 대통령은 "직접 만나 한반도 문제에 대한 김 대통령의 지혜와 경험을 청취하기를 바란다"면서 "그것이 유익한 관계를 반영하는 대화의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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