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2일 안기부 자금을 관리.분배한 것으로 지목한 강삼재(姜三載) 한나라당 의원을 불구속 기소함으로써 이번 사건은 봉합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검찰은 김기섭(金己燮)전 안기부 운영차장과 강 의원의 공모로 안기부의 불법 선거자금 지원이 이뤄졌다고 설명했으나 두 사람의 공모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따라서 향후 수사는 이원종(李源宗)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권영해(權寧海) 전 안기부장의 개입 여부를 보강한 뒤 이들을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끝날 공산이 크다.
강 의원 불구속 기소 결정은 강 의원 구속 수사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자, 문민정부 권력 핵심으로 수사를 확대시키지 않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 조사 등과 관련, "혐의가 드러나면 누구든 조사하겠다"고 말해왔으나 강 의원 소환조사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검찰이 김 전 차장에게 적용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5조 위반(국고 손실)의 공범 혐의를 강 의원에게 적용하면서 장물취득죄를 예비적으로 청구한 것은 재판 과정에서 이들의 공모 혐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는 상황에 대비한 것이다.
특히 강 의원에 대한 장물취득죄 적용은 추후 안기부 자금 수수 정치인을 처벌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으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장물취득죄의 경우 '잘 모르겠지만 안기부 자금일 수도 있다'는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안기부 자금을 받아 쓴 정치인에 대해 조사만 이뤄지면 강 의원과의 공범으로 형사 처벌할 수 있는 것이다.
검찰이 여론의 비판을 무릅쓰고 강 의원 전격 불구속 기소를 택한 것은 현 국회 좌석 분포상 체포동의안 처리가 불투명하고 부결될 경우 여권에 큰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검찰은 강 의원을 불구속 기소하는 대신 한나라당 의원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선택하는 매우 '정치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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