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최근 스웨덴에서 2주일을 보내고 덴마크 코펜하겐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며칠 머문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내가 한국과 중국에서 3년을 살아서인지 북서유럽과 서울의 다른 점을 새삼스레 발견할 수 있었다.우리가 한국에 돌아온 날은 서울에 20㎝ 가량의 눈이 내려 20년만에 최고의 적설량을 기록한 날이었고 이로 인해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스웨덴에서도 이 정도 폭설은 보기 힘들다. 특히 내가 살던 지역은 한국보다 춥지않고 눈도 거의 내리지 않는 지역이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 지 잘 알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만약 주민들이 눈을 치우지 않으면 몇 달이고 버스나 기차 등을 운행시키지 않기도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눈이 온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눈을 치우지 않아 인도가 빙판이 돼 버려 걷기 조차 위험한 곳이 많다.
그래서 나는 스웨덴의 제도를 따르는 것이 어떨까 한다. 자기 집 앞 길의 눈은 반드시 치워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만약 그 길이 얼어 행인이 넘어지는 사고가 일어나면 거주자에게 상처와 깨진 물건에 대해 보상하게 하는 것이다.
서울에 돌아와 백화점과 슈퍼마켓에 갔을 때 나는 '편안함'을 느꼈다. 내가 서울의 한 대형 슈퍼마?에서 일하는 점원을 세어보니 25명이나 됐다.
그러니 원하는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누구에게나 물을 수 있고 계산도 빨리 끝낼 수 있다. 스웨덴에는 보통 계산원과 물건을 진열하는 점원 2명이 고작이다.
때문에 손님은 점원의 도움을 받는 서비스는 기대할 수 없고 단지 물건을 갖고 나와 계산하고 나가면 그만이다. 그 이유는 물론 높은 인건비 때문이다.
역시 한국의 경험중 가장 기분좋은 것은 서비스와 관련된 것이다. 언젠가 지방 은행에서 스웨덴돈을 한국돈으로 바꾸려 했다.
그 은행에서 바꿀 수가 없자 매니저는 나와 함께 택시를 타고 돈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지점으로 데려다 주었는데 그는 택시 요금도 자기가 내겠다고 우겼다.
한번은 한남동 한 가게에서 쇼핑을 하고나서 지하철 역까지 택시를 타야했다. 택시를 기다린 지 10분이 지나도 택시가 서지 않자 가게 주인은 부인에게 가게를 보게 하고는 자기 차로 나를 지하철역까지 데려다 주었다.
내가 한국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한국에는 또 '융통성'이 있다. 한국의 공무원들은 허가를 얻기 위한 서류에 무엇인가 빠졌다면 나중에 빠진 서류를 보낼 수 있게 하고 일단 접수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스웨덴에선 이런 '예외'가 좀처럼 없다. 경우는 다르지만, 스웨덴을 방문중이었는데 중국돈만 조금 있고 스웨덴 돈이 전혀 없었다.
다행히 내 은행 계좌에 약간의 돈이 있었다. 그래서 은행에 가서 이 돈을 인출하려고 하는데 여직원이 신분증을 요구해 내 여권을 보여줬다.
그런데 스웨덴에서 여권은 신분증 역할을 하지 못한다. 내 신분증은 이미 두달 전에 기한이 만료돼 소용이 없었다. 스웨덴에서는 은행과 우체국에서 신분증을 발급한다.
새 신분증을 받으려면 길게는 3주가 걸린다. 나는 빈털터리였지만 예금 인출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스벤 울로프 울손
한국외대 스칸디나비아어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