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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등록금은 왜 카드로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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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등록금은 왜 카드로 안되나요"

입력
2001.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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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에 내야 할 두 아이 등록금이 600여만원이나 되는데, 갑갑하기만 합니다."대학 4학년이 되는 아들과 올 입시에서 모 대학에 특차합격한 딸을 둔 김모(54)씨는 요즘 남매의 등록금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

생계수단인 화물차 운송 일감이 경기침체 여파로 크게 줄어든 터여서 이 많은 액수를 현금으로 한꺼번에 납부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형편이기 때문.

김씨는 "분할상환이 가능한 신용카드 결제를 할 수 있다면 걱정을 덜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는 김씨 만의 고민이 아니다. 대학 등록금 납부를 한달여 앞둔 요즘 대학생 자녀를 둔 대부분 부모들의 시름이 깊다.

가뜩이나 불경기로 생활이 어려워진 일반 서민들에게 수백만원의 대학 등록금은 사실 감당키 쉽지않은 액수. 은행의 학자금 대출을 이용하려 해도 보증인 등의 까다로운 조건이 붙어있는 터라 역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일부 대학들이 학부모들의 부담을 경감시켜주겠다며 내놓은 '분할납부제'도 최초 납부액이 등록금의 70%이상이어서 실제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로서 서민 학부모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카드결제를 한 뒤 이를 분할상환하는 것.

하지만 유독 대학들 만큼은 한결같이 현금 일시납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교육부에 따르면 국내 190여개 대학 중 등록금 납부시 신용카드 사용이 가능한 곳은 서너 곳에 불과하다..

대다수 대학들이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면서 드는 이유는 '비싼 수수료'와 '단말기 설치 비용'. Y대 재무과 관계자는 "수수료가 너무 비싸 신용카드 결제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고, 지방의 한 국립대학 관계자도 "단말기만해도 대당 70만원을 넘는데."라며 난색을 표명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연간 수천억원을 현금으로 챙기면서 2~3%의 수수료와 단말기 비용 70만원을 문제삼는 것은 억지"라며 "대학들이 해마다 등록금은 인상하면서 서민들 부담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참여연대 조세팀의 홍일표(30) 간사는 "대학의 열악한 재정상황이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게 신용카드 결제거부의 진짜 이유"라며 "가계부담 경감은 물론이거니와, 대학재정의 투명화와 건전화 등을 위해서라도 등록금의 신용카드 결제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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