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세. 작가로서 절정기에 세상을 떠난 조각가 류인(1956-1999)씨의 첫 대형 추모전이 31일부터 2월 25일까지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다.전시회 제목은 '그와의 약속'. 그의 작품 제목이기도 하다. 젊고 건장한 남자의 머리와 가슴, 두 팔로 이루어진 작품은 요절을 예감한 것처럼 울부짖고 고통스러워 한다.
철근에 갇힌 채 한 팔로는 바닥을 굳건히 딛고 한 팔은 앞으로 힘있게 뻗어있는 형태는 그를 보지 못한 사람까지 가슴이 뛰게 할만큼 젊은 호흡으로 가득하다.
2m가 넘는 대형조각 '싹트는- 황토현 서곡' 등 20여점의 조각과 설치작품은 모두 인체 몇 부분만 강조돼 처절하게 절규하고 있다.
젊은 남성의 육체는 비록 강건한 근육을 지녔지만 작품 '윤의 변'처럼 몸통은 보이지 않고 하체만 허우적거리거나, 두 다리('입산')만 축 늘어진 채 버둥거린다.
평론가 조은정씨가 "류인의 형상적 인체는 그의 육체적 분신"이라고 평했듯, 내적 에너지가 충만하면서도 해체, 분절의 조각은 감정의 폭발을 억누르지 못하는 젊음의 고뇌가 역력하게 배어있다.
"모든 작품들이 대지에 편히 놓여지기를 원치 않는다. 계획된 긴장감으로 인해 공기 속에 항상 살아 숨쉬기를 원한다." 짧고 굵게 살았던 한 조각가의 삶을 반추해볼 수 있는 전시회이다.
87년 홍익대 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하고 83년과 90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88년 미술대전 우수상 , 95년 제1회 한국일보 청년작가초대전 우수상을 수상했다. 추상화가 류경채(1920-1995)씨가 아버지이고 조각가 류훈씨는 형이다. (02)736-1020
류인 작 '지각의 주', 브론즈.
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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