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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요 순항 比경제에 달려

입력
2001.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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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파워'로 권좌에 오른 글로리아 아로요 신임 필리핀 대통령은 조셉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 부패 스캔들로 만신창이가 된 정국의 안정과 함께 침체된 경제의 재건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아로요 대통령은 20일 취임 직후 공석중인 내각 각료 중 맨 처음으로 경제 조타수라 할 수 있는 재무부 장관에 알베르토 로물로 전 예산부 장관을 임명함으로써 경제 문제를 가장 우선시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나머지 각료들은 단계적으로 임명할 생각"라면서 정권인수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아로요 대통령은 "30~40%에 이르는 빈곤층 규모를 2004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겠다"면서 가난의 추방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다음으로 도덕적 기준의 확립, 정치 행태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필리핀 경제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에서 회복하지 못했으며,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정치가 불안해지면서 외국인 투자 자금 이탈, 수출 감소, 페소화 급락 등으로 매우 침체돼 있다.

아로요는 경제분야 가운데서도 특히 농업과 농촌의 빈곤 해결에 중점을 둘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아버지인 디오스다도 마카파갈 전 대통령이 바로 필리핀의 토지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룬 업적을 남겼고 아로요 자신도 농부를 대상으로 하는 TV프로그램에 정기적으로 출연하는 등 이 분야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출신인 아로요는 에스트라다 대통령 하에서 사회복지부 장관, 부통령으로 금융개혁, 공기업 민영화 등에 관여하면서 '정직한 부통령'이라는 평판을 얻는 등 경제 실무에서도 상당한 경험을 쌓았다.

필리핀 경제에 대해서는 아로요에 대한 해외 투자가들의 신뢰 등에 힘입어 필리핀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이란 낙관적인 관측과 함께 독자적인 권력기반을 갖추지 못해 정치불안이 계속되면서 경제도 장담키 어렵다는 상반된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노출된 의회의 무기력 등으로 정치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이 문제도 앞으로 아로요의 당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필리핀의 정치는 부유층과 기득권층 등 소수 지배세력에 의해 과점되어 있고, 아로요 자신도 이 출신이기 때문에 과연 선뜻 정치개혁에 나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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