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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소싸움'보다 못한 '쇠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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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소싸움'보다 못한 '쇠싸움'

입력
2001.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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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싸움인가."포항제철과 현대ㆍ기아차그룹의 '쇠(鐵)싸움'이 갈수록 가관이다. 감정싸움으로 비화하면서 '장사꾼'의 타산도, 기업인으로서의 윤리도 찾아보기 어렵게 전개되고 있다.

싸움의 실체는 의외로 투명하다. 국내 나머지 냉연업계가 공급과잉으로 죽든 말든 자동차와 건설 등 수요기반이 탄탄한 현대로서는 냉연제품을 생산하겠으니 핫코일을 달라는 것이고, 철강업계 맏형 격인 포철은 냉연 과잉 시장상황을 보나 현대강관의 탄생부터 반대했던 명분으로 보나 '딴지'를 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싸움의 피해자도 자명하다. 국내 냉연업계는 가뜩이나 어려운 시장환경에 포철이 현대측 수입 핫코일 가격을 문제 삼는 바람에 원료비 부담만 늘어났다.

싸움 당사자인 포철도 현대ㆍ기아차라는 거대한 냉연시장을 상당부분(연간 70만톤) 잃게 됐고, 자동차 전문그룹인 현대로서도 자동차 철강제품 품질향상의 필수요소인 고로-열연-냉연 일관체제는 물론, 현대강관의 부품 전문성과 경쟁력이 뒷걸음질치게 됐다는 게 관련업계의 일치된 견해다.

반면에 일본 철강업계는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난 형국이다. 시장감소로 인한 연쇄도산 위기 상황에 가까운 한국을, 그것도 적정단가가 보장된 장기 안정공급 시장으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철강싸움이 일본 철강업계의 한국진출 교두보와 활로만 마련해 준 셈"이라고 꼬집었다.

민속놀이인 '소(牛)싸움'에는 불꽃튀는 뿔치기 기술 외에도 뿔 걸어 당기기라는 것이 있다.

융통성의 지혜다. 룰도 있어서 덩치 큰 놈과 작은 놈을 맞붙이지는 않는다. 또 소싸움의 끝은 항상 부락단합의 잔치다. 업계는 소싸움보다 못한 이번 '쇠싸움'이 냉연시장의 어려움을 타개하는 대화의 장으로 바뀌기를 기대하고 있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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