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시민혁명으로 조셉 에스트라다(63) 필리핀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사임하고 헌법상 권력 계승권자인 글로리아 아로요(53ㆍ여) 부통령이 신임 대통령으로 취임했다.아로요 부통령은 이날 정오 마닐라 EDSA 교회에서 주요각료, 외교사절, 천주교 마닐라 교구의 하이메 신 추기경과 수천 명의 군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힐라리오 다비데 대법원장 앞에서 대통령 취임 선서를 했다.
아로요 신임 대통령은 취임연설을 통해 "필리핀 대통령으로서의 권리와 책임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서 "국민 모두가 하나가 돼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필리핀에서 부패와 가난을 모두 몰아내겠다"며 "국민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는 지도력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에스트라다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5만 명의 시위 군중은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대통령궁을 향해 평화적 시위를 벌였으며 에스트라다는 대법원의 대통령직 박탈 결정을 받아들였다. 에스트라다의 비서실장인 에드가르도 안가라는 "에스트라다 대통령이 대법원의 결정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에스트라다는 이날 오후 "아로요의 대통령 취임은 합법적이 아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한 뒤 가족과 함께 대통령궁을 빠져 나갔으나 행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부 소식통들은 에스트라다가 외국으로 망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로요 신임 대통령의 남편인 마이크 아로요가 이날 지방 라디오방송을 통해 에스트라다가 야당이 작성한 사임서에 서명했다고 발표하자 대통령궁 주변에 모여있는 시위대는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리고 깃발을 흔들었으며 필리핀 전역은 축제분위기에 빠져들었다.
한편 미국 정부는 국민의 저항에 밀려 사임한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비자를 발급해달라는 요청을 받지않았다고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이 20일 밝혔다. 바우처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어떠한 접촉도 없었다"면서 "에스트라다로부터 미국에 오고싶다는 어떠한 시사나 의사도 감지되지 않고있다"고 밝혔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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