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 이어 딸이 다시 필리핀 대통령이 됐다.20일 필리핀 대통령에 취임한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53ㆍ여) 부통령은 체구는 작지만 당찬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디오스다도 마카파갈(1962~1965년) 전 대통령의 딸인 아로요는 1992년 상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하지 10년 만에 최고 권좌에 올랐다. 제 2의 시민혁명을 이끈 아로요는 1986년 피플파워 주역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에 이은 필리핀 사상 두 번째 여성 대통령이 됐다.
아로요 신임 대통령은 지난 해 10월 사회복지부 장관직에 사임하면서 부패로 얼룩진 조셉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 퇴진운동에서 구심점으로 활약해왔다.
아로요는 장관직 사임 후 자신도 필리핀 최고의 불법 도박왕 중 한 사람인 봉 피네다의 자녀와 대모관계를 맺고 있다는 등 불법도박자와의 연루설로 곤욕을 치루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에스트라다 퇴진운동을 더욱 강하게 밀고 나가는 등 정면돌파로 제 2의 피플파워를 성공시켰다.
아로요는 이미 오래전 부터 대통령을 꿈꿔왔다. 지난 1998년 선거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서려다 당시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의 인기를 염두에 두고 별도로 선출하는 부통령에 출마했다.
당시 그의 득표율은 에스트라다를 훨씬 앞질러 역대 대통령 득표율 중 최고를 기록했다. 아로요는 1986년 아키노 정권에서 상공부 차관을 지내며 행정감각을 익힌 후 1992년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 무난히 당선됐다. 아로요는 평소 "나는 모든 감각과 개성, 정치성에서 나의 아버지를 닮았다"고 말할 정도로 아버지의 정치적 유산을 강조해왔다.
그는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공부를 하던 중 귀국해 변호사이자 사업가인 미구엘 아로요와 결혼해 3명의 자녀를 두고 있으며, 필리핀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정계에 입문한 후 조지타운대에서 인연을 맺었던 빌 클린턴 대통령과 친구인 점을 자랑하며 정치적 입지를 넓혀왔다.
아로요는 자신의 매력적인 모습을 담은 사진을 선거포스터에 싣는가 하면 TV 토크쇼와 오락물에도 자주 출연 국민들과 친근한 정치인이라는 인상을 심어줬다. 또 자연 재해와 복지정책 등을 담당하는 장관으로서 국민들과 자주 직접 대면해 정치인으로서의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경제학 박사이자 경제부통령이란 평을 받아왔던 아로요는 20일 대통령 취임연설에서 빈곤척결과 정부와 정치인에 만연해 있는 부패근절을 주요한 국정운영 목표라고 밝히는 등 국민통합과 새로운 필리핀 건설의 비전을 제시했다.
일부 정치 평론가들은 과묵할 정도로 말이 없는 그를 두고 독자적인 정책과 의견이 없이 아버지의 후광에 기대 정치를 하는 인물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또 야당 라카스- NUCD 출신 부통령인 그가 에스트라다의 취임과 함께 사회복지부 장관으로 입각함으로써 에스트라다가 야당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란 이미지를 얻는데 도움을 줬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 이번 피플파워가 그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가 아니라 부패한 에스트라다에 대한 반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만큼 아로요가 향후 어떻게 확고한 지지기반을 쌓으며 국정을 운영할 지 주목된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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