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청문회가 지난 5일간 공전하다 끝내 무산됐다. 설 연휴 이후 재개될 가능성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여야가 청문회를 연답시고 온갖 풍을 떨어놓고 이렇게 무책임하게 내팽개쳐도 되는 것인지,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바로 이런 것이 당쟁에 나라가 골병 드는 전형적인 예다. 이러고도 국민의 대표랍시고 낯을 들고 다니니 기가 찰 노릇이다.
공적자금의 실체 해부는 당면한 가장 중요한 국사(國事)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동안 쓰인 110조원에 대한 '국민적 추인'이 먼저 이뤄지지 않고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어떤 경제정책도 국민의 불신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추가 집행될 50조원의 정책수율(收率)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술적 교훈을 얻기 위해서도 공적자금의 과거 청산은 절대 긴요하다. 이같이 공적자금의 국민적 컨센서스를 도모하고, 이를 토대로 생산적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 이번 청문회의 취지였다.
그런데도 여야는 증인 신문방식이라는 지엽말단적인 문제에 매달려 대의를 저버렸다. 개별 신문이든 일괄 신문이든 그것은 형식에 지나지 않으며, 성패는 운용의 묘에 달려있다.
이런 형식논리를 놓고 힘겨루기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여야 모두 애초 청문회를 정쟁의 마당으로 삼으려 했다는 증거다. 증인 신문방식이 그토록 중요한 것이었다면 앞서 한빛은행 청문회에서는 왜 문제가 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청문회 무산은 어떤 이유로도 국민에 대한 배신이며 명백한 직무유기다. 여야가 진정으로 국민과 경제를 생각한다면 양보와 타협으로 하루빨리 청문회 정상화에 손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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