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는 신화가 없다. 신화가 살아있는 지역에서 문화의 힘을 모으는 것이 지역문화의 해에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문무병 제주전통문화연구소장) "권력 분화는 중앙에서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만들어 내는 것이다.제대로 된 지역문화를 창출해야만 지방분권화는 이뤄질 수 있다."(시인 도종환)
지역문화활동가 100명이 참가한 '지역문화의 해 백가쟁명 대토론회'가 18, 19일 대전 유성호텔에서 열렸다.
2001 지역문화의 해 추진위원회(위원장 이중한)가 마련한 이 토론회에서 각 지역 시민문화단체, 문화예술계, 언론계를 대표한 참가자들은 현장 체험과 평소 소신을 바탕으로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갖가지 방안을 쏟아냈다.
참가자들은 우선 '지역문화'라는 개념에 대한 혁명적인 인식전환을 촉구했다. 중앙문화는 세련되고 고급스럽고 지역문화는 전통적이고 토속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부터 극복돼야 한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김승한 충북대 국문학과 교수는 "지역문화는 문화의 독점과 중앙집권을 해체하기 위해 대두한 개념"이라며 "지역문화 활성화는 '문화에는 위계서열화가 없다'는 의식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현식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도 "지역문화는 영양분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뿌리를 내리는 구근식물 같은 존재"라며 "지역문화에 대한 우열판정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열악한 지역문화 현실을 토로하는 참가자들도 많았다. 장수봉 충주문화원장은 "충주문화원의 경우 1년 사무실 유지비만 2,400만원이 드는데 올해 문화원에 책정된 경상비는 2,000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허황 부산국제아트페스티벌 운영위원장은 "최근 국제미술학세미나를 열기 위해 중앙문예진흥기금을 신청했지만 한 푼도 못 받게 됐다"고 어려움을 털어 놨다.
하지만 토론회 성격상 구체적인 정책제안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영환 한국예총 경남지회장은 문예진흥기금을 지방으로 환원시키는 특단의 조치를 촉구했고, 최근식 서해안풍어제 보존회 사무총장은 각 지역 문화의 집을 지역문화 전문집단이 운영하자고 주장했다.
장기적이고 매력적인 지역 이벤트를 개최해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자, 도 단위 문화기획 전문인력 풀(pool)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또한 "전국 6개 광역시 예총간 장르별 예술교류를 실시하자"(최상윤 예총 부산지회장)와 "1억원 이상의 사업비가 투자되는 문화예술축제는 매회 평가분석을 의무화하자"(김선희 전주시 문화예술과 문화팀장)는 의견도 눈길을 끌었다.
지역문화의 해 추진위원회는 이번 토론내용을 정리해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정책반영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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