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에스트라다 필리핀 대통령이 19일 사임을 요구하는 국민의 대규모 시위와 군부와 경찰의 지지 철회, 정부 각료의 이탈 등으로 권력기반이 붕괴됨에 따라 대통령직 수행이 불가능해졌다.에스트라다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의회에 5월 조기대선 실시를 요청하고 자신은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혀 사실상 사임과 권력포기를 선언했으나 야당은 이를 거부하고 즉각 사임발표를 촉구했다.
이날 수도 마닐라 인근 비행장에는 대통령 전용기가 대기하고 있으며 밤늦게 말라카냥 대통령궁에서 에스트라다 대통령을 태운 장갑차가 빠져나갔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반(反)에스트라다 시위를 이끌고 있는 헌법상 대통령 승계권자인 글로리아 아로요 부통령은 "대통령은 통치의 도덕적 권위 뿐만 아니라 정부도 상실했다"면서 자신이 새 정부 수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마닐라 시내에서는 에스트라다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가 4일째 계속된 가운데 군부가 지지를 철회하고 정부 각료들이 내각을 속속 이탈, 에스트라다 정부는 사실상 붕괴됐다.
군의 정치적 중립을 지시한 앙헬로 레예스 군 참모총장은 이날 사임한 뒤 전격적으로 시위대에 합류했으며, 오를란드 메르카도 국방부 장관과 호세 파르도 재무부 장관, 펠리페 메달라 경제기획부 장관, 알프레도 림 내무부 장관 등 각료들이 잇따라 사임을 발표했다.
특히 군부에서 해군과 공군 참모총장 등 주요 장성이 반 에스트라 진영에 가담, 시위대에 힘을 실어줬다.
레예스 참모총장은 기자회견에서 "군은 에스트라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아로요 부통령을 지지키로 했다"면서 "우리는 에스트라다 대통령과 가족들이 품위있게 물러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이날 군부로부터 지지철회 발표 20분전에 통고를 받고 아길리노 피멘텔 상원 의장, 아르눌포 푸엔타벨라 하원 의장과 긴급 회동, 조기 대선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타라다 대통령 사임 요구 시위는 16일 상원이 그의 비밀 은행계좌에 대한 조사를 금지하고 탄핵재판을 무기 연기함에 따라 촉발됐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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