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美국무지명자 외교정책 분석콜린 파월 미국 국무부장관 지명자의 17일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청문회 증언은 조지 W 부시 새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처음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대북정책과 관련, 파월 지명자는 포용정책에 입각해 한국이 추진중인 남북대화를 지지하고 빌 클린턴 행정부가 이룩한 대북협상 과정을 염두에 두되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부장관 지명자와 함께 대북관계를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이 자위개념 수준을 넘어선 군사력을 계속 배치해놓고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의 개발을 추진하는 한 경계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성 발언을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준수하는 한 제네바 북미 핵 기본합의를 미국도 준수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파월 지명자의 이날 언급은 클린턴 행정부가 한국 정부와 함께 추진해온 대북 포용정책을 총론에서는 인정하지만 '대 한반도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기조로 삼고 있다.
파월은 한국 정부의 대북 화해조치를 지지하고 촉진되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고 남북대화를 긍정적 조치로 평가했다. 이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일부 공화당 의원이 제네바합의의 재검토와 나아가 경수로사업을 화력발전소 건설사업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식의 초강경 입장을 잇달아 제기했던 점에 비추어 보면 한결 완화된 것이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재검토 과정을 거쳐 새롭게 다듬어지겠지만 일단 '페리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한 현재의 포용정책을 상당 부분 계승하는 모양새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파월의 대북정책이 강경론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북한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겠다는 전제를 분명히 한데다 북한 미사일문제에 관한 한 초강경론자인 럼스펠드 국방장관 지명자와 협의해 재검토하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날 청문회 과정에서 공화당 의원들은 여전히 대북 강경론을 고수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렇게 본다면 파월이 이끄는 새 외교팀은 한국 정부의 햇볕정책 기조를 그대로 지지하기 보다는 철저한 '상호주의'에 입각해 대북관계를 풀어나갈 가능성이 더 높다.
북미 미사일협상이 매들린 올브라이트 장관팀이 이룩한 진전을 토대로 순항할 경우에는 화해기조를 지속하겠지만, 난항을 거듭할 경우에는 럼스펠드가 리드하는 국방부의 강경론이 대두할 것이라는게 외교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푸틴 2,3월 방북 추진배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올 2, 3월 북한 방문 추진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방중으로 밀착하고 있는 북중관계를 견제하고, 부시 미 행정부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한반도는 다시 한번 4강 국제외교의 중심지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먼저 러시아측이 평양을 방문하는 발상이 파격적이다. 러시아측은 지난해 7월 푸틴 대통령의 방북으로 정해진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러시아방문 일정을 뒤엎고 방북을 추진하고 있다. 외교관례상 전례가 드문 사례로, 러시아측에 그만큼 절실한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푸틴의 방북에는 또한 김 국방위원장이 시베리아를 기차로 횡단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일정도 고려됐다는 후문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러시아측의 방북 추진배경에 대해 "김 국방위원장 방중으로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북한의 중국식 개혁 추진 등으로 북중 관계가 밀착되는 상황을 러시아측이 우려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 해석은 푸틴 대통령이 올 봄 중국지도자의 방북전인 2월말 또는 3월중 방북을 추진하는 대목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러시아측이 평양 방문과 서울 방문을 연계, 한반도 외교에서 상당한 역할을 자임할 자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2월말 또는 3월 푸틴 대통령이 북한과 남한을 잇따라 방문, 남북 지도자의 메시지를 전달할 경우 한반도에서의 러시아 위상은 지금과는 현저히 다를 것이다.
푸틴의 방북에는 미국에 대한 포석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미 부시 행정부는 국가미사일방어(NMD)를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해 북러 공동선언을 통해 미국의 NMD 추진 반대에 한 목소리를 냈던 북한과 러시아는 올 봄에도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서는 북한ㆍ중국ㆍ러시아 북방 3각 의 공고한 공조 모양새가 대북정책을 재검토중인 미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3월로 예상되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미국 방문, 중국지도자의 방북, 남북정상회담 등 올 상반기 남북 및 4강 정상외교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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