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17일 중거리 탄도미사일 '아그니Ⅱ'의 시험 발사에 다시 성공하자 인접국 파키스탄이 발끈하는 등 서남아시아 전체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인도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발표, 아그니Ⅱ 미사일이 동부 오리사주 찬디푸르에 위치한 이동식 발사대에서 조지 페르난데스 국방부 장관과 A.Y. 티프니스 공군 참모총장이 참관한 가운데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됐다고 밝혔다.
아그니Ⅱ는 1톤 가량의 핵탄두를 적재할 수 있는 사거리 2,000㎞의 중거리 미사일로 파키스탄과 중국 내륙 깊숙한 지역까지 타격이 가능하다.
인도의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는 최근 대화국면으로 접어든 파키스탄과의 카슈미르 평화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등 서남아 전역에 군비경쟁을 촉발시킬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47년 이후 3차례나 전쟁을 벌인 양국은 1974년 이후 경쟁적으로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국제사회의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 서명 압력에 저항해 왔다.
파키스탄 외무부는 인도의 시험발사 직후 "서남아시아의 힘의 균형을 위협하는 도발적 행위"라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파키스탄은 지난해 4월 인도가 아그니Ⅱ 미사일을 시험하자 3일만에 자국의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가우리Ⅱ'를 시험발사한 바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대응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노동미사일의 개량형으로 알려진 가우리Ⅱ는 1톤의 탄두를 적재할 경우 유효 사정거리가 2,000㎞에 이르를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의 이번 시험발사는 특히 리펑(李鵬)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의 인도 방문 시기에 맞춰 이뤄져 주목된다. 이에 대해 분석가들은 1992년 벤카타라만 인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이 보란 듯이 지하 핵실험을 한 것을 상기하면서 이번에는 인도가 중국에 복수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거꾸로 중국 정부가 자국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시험이 인접국에서 실시됐는데도 이례적으로 반응을 보이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인도가 중국의 암묵적 지지 속에 미사일 실험을 강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국은 최근 최대 분쟁 요소인 국경선 획정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추구, 미국의 '패권주의'를 공동 견제키로 합의한 바 있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은 인도의 미사일 실험에 항의하고 파키스탄의 자제를 당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리처드 셀레스트 인도 주재 미국 대사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인도가 미사일 시험발사 사실을 사전에 통보했다고 밝혔으나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오랫동안 각종 경제제재를 가하면서 인도와 핵 비확산 협상을 벌여온 미국은 이미 30~60기의 핵탄두를 보유중인 인도가 장거리 운반체까지 개발할까 전전긍긍해왔다.
인도는 올해 안에 아그니Ⅱ 미사일을 실전 배치한 후 사거리 5,000㎞ 이상의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가 지난 1998년 핵무기 실험을 한 바 있는 북서 사막에서 ICBM을 발사할 경우 모스크바, 베이징(北京), 한반도, 인도네시아, 카이로, 부다페스트, 바르샤바, 헬싱키 등이 사정거리 내로 들어오게 된다. 산스크리트어로 '불'을 뜻하는 아그니 미사일은 발사 후 성층권에 진입했다가 내려오면서 목표물을 가격하는, 이른바 재진입 탄도 미사일이다.
인도는 1992년부터 95년까지 3차례에 걸쳐 사정거리 1,500㎞의 '아그니Ⅰ'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하자 마자 전장 20m, 무게 16톤의 아그니Ⅱ 개발에 착수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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