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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엔화약세, 강건너 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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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엔화약세, 강건너 불 아니다

입력
2001.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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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엔화환율 동향이 심상치 않다. 작년 말 달러당 114.41엔 수준을 기록한 엔화환율은 1월 15일에 118.96엔까지 상승하여 엔화 가치는 불과 보름 사이에 4% 가까이 하락하였다.엔화의 약세는 미국 신정부의 달러화 강세 정책에 대한 외환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일본은 최근의 경기회복 지연과 증시침체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다르게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작년에 회복세를 보였던 일본경제가 금년에 다시 침체국면에 빠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엔화 약세는 우리에게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작년 말에 100엔당 1,093원 수준이었던 원화의 대엔화환율은 15일에 1,078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반도체, 전자제품, 조선 등 우리나라의 주종수출상품이 주로 일본제품과 경쟁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우리 수출품의 경쟁력에는 부정적이다.

대미달러환율이 같은 기간중 1,264원에서 1,285원 수준까지 상승했지만 대외수출 측면에서는 원화가치 하락의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엔화환율은 달러당 120엔 수준까지 상승하다가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 예상된다.

하지만 일본정부가 그 동안 지지부진했던 부실기업 정리 및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단기간에 마무리하기가 어려우며, 국제외환시장에서 미달러화에 대한 초과수요가 여전하기 때문에 엔화 약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우리경제의 입장에서 엔화 약세는 물가하락 압력과 엔화표시 채무부담의 완화라는 긍정적인 영향도 없지 않으나, 수출과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금년중 우리경제는 구조조정의 성공적 이행과 경기연착륙이라는 양대 과제를 안고 있다.

국내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는 가운데 대외부문의 안정적 성장이 더욱 긴요한 상황이다.

작년에는 소비와 수출이 우리경제의 성장을 이끌었으나, 금년에는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소비, 투자, 정부지출의 기여도를 모두 합친 것보다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금년중 우리경제의 연착륙 여부는 내수보다는 수출에 달려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들로서는 엔화 약세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구체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이상 정부가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할 여지가 적지만, 지나치게 급격한 환율변동폭을 완화하기 위한 시장개입은 필요한 경우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또한 금리, 통화 등 거시경제변수의 운용을 외환수급과 연계시키는 방안도 활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기업의 환율변동대응능력의 배양이다.

엔화약세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업내부에서 충격을 흡수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원가절감, 금융비용감소,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그 요체이다.

따라서 우리의 당면과제인 기업구조조정은 엔화약세에 대한 효과적 대응을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엔화약세를 계기로 해서 많은 자금이 일본에서 빠져나오고 있는데 이들 자금을 우리나라로 유치해서 주식시장의 활성화와 연계시키면 이 또한 기업 구조조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기업들은 아직도 환위험을 회피할 헤징(hedging)기술이 매우 낙후되어 있다.

종래에는 환율이 비교적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헤징활용의 필요성이 적었지만, 본격적인 변동환율제도가 채택되면서, 환위험회피기법은 기업수익과 직결되게 되었다.

더욱이 자본조달의 국제화와 수출시장의 다변화가 진전되면 될수록 선진적인 헤징기법은 기업재무관리의 필수요건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를 키우는 장기적인 전략도 필요하다.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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