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얼? 공장에서 만든 노래인가. 단어 조차 생소하다. 때론 소음처럼 들리기도 하는 '인더스트리얼 록' 이란 한마디로 소음을 소음같지 않게 악기처럼 사용한 음악이다.1980년대 말, 록이 쇠퇴하면서 록 뮤지션들은 더욱 강력한 소리를 찾아 탐험하게 된다. 너바나로 대표되는 '얼터너티브 록' 과 '나인 인치 네일스' 로 대표되는 '인더스트리얼 록' 이 대표적 성과이다.
산업사회의 병폐를 인위적 소음으로 공격하는 인더스티리얼 록은 만들어진 사운드를 많이 사용한다는 점에서 테크노와도 먼 친척쯤 된다.
그러나 아시아권에서 입지가 매우 좁다. 멜로디를 중시하는 일본이나 한국에서 '소음 같은' 음악을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직스' 가 시도했으나 앨범이 소매상에 제대로 풀리지도 않았다.
민치영이라는 그의 록을 깊이있게 듣는 이들에겐 낯선 이름이 아니다. 1988년 밴드 '자외선' 으로 시작해 , '더 클럽'에서 밴드 활동을 하고 1990년대 초 솔로음반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아티스트적 성격이 강한 이 로커와 상업적 기획사는 별로 궁합이 맞지 않았다. 민치영의 음악은 네번째 음반 'MACHINE' 에서야 확연히 자기색깔이 드러난다.
아기의 웃음소리, 총소리 같은 사운드를 샘플러에서 뽑아낸 것은 물론 드럼이나 기타소리마저도 컴퓨터로 만들어냈다.
'인더스트리얼 록' 이란 생소한 장르에 속하지만 민치영의 음반은 '생소한 소음' 보다는 음악적 실험으로 가득하다.
'누가 날 쳐다보는 것 같아/ 주위를 한 번 둘러봤어/ 아무래도 이상해/ 너무나 기분이 나빠/ 괜찮다 괜찮다 수도 없이 자신을 위로해 봐도 그래 그래 다 틀렸어' ('음모'에서) 처럼 소외된 현대인의 고립과 정신적 공황을 다룬 그의 노래는 핌프록이나 펑크록처럼 세련된 느낌이 강하다.
'밤 12시쯤이었나 술에 취한 목소리로 넌 내게 전화를 했지 보고 싶다고 친구로서 웃기지마 니가 싫어 내버려둬' 로 시작하는 '웃기지 마'는 강렬한 기계음과 업템포의 비트가 속을 시원하게 만든다. 타이틀 곡 '혼자' 는 멜로디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블루스 타입의 록이다. 드라마 삽입곡 '트루 러브', 예전곡 'Maybe' 도 팬서비스 차원에서 수록했다.
척박한 우리 음악계에서 인더스트리얼 록 팬을 '규합' 하기 위해 그는 봄부터 전국투어 콘서트와 매월 정기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쉽지 않으나 꼭 필요한 것이 새로운 장르 실험이다.
획일화한 분위기에선 더욱 그렇기 때문이다.
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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