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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뉴아트] (8)佛작가 파브리스 이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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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뉴아트] (8)佛작가 파브리스 이베르

입력
2001.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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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은 다양한 상상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프랑스의 파브리스 이베르(39)는 다양한 상상력이 이 세상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창조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유쾌한 작가이다."우리가 변화시킬 수 없다고 여기는 모든 것의 질서를 바꾸는 것"을 자신의 작업목표로 내세우는 그를 프랑스 사람들은 '가능성의 거대한 보고(寶庫)' 라고 부른다.

국내외 미술전문가들은 그를 '새로운 예술'의 첫 후보로 꼽는다. 하지만 그가 무슨 작업을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너무나 다양했다. 작업 범위가 드로잉에서 회화, 설치, 퍼포먼스, 비디오, 인터넷사업에까지 걸치기 때문이다.

퐁피두센터에 설치된 이베르의 작품방은 그의 작업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거기에 설치된 작품들은 모두 제 작품이 아닙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현대미술 전시회에 흥미가 없어요. 그래서 이런 아이디어를 낸 것이지요. 작품이 설치되면 빈공간(벽)이 이어지고, 다시 다른 작품을 위한 또 다른 빈공간이 이어지는 전시회는 지겹고 피곤할 뿐입니다. 빈공간이 많으면 우리의 기억은 사라져 버리죠. "

퐁피두센터에 독립된 작품방을 차지하고 있는 이베르의 '작품'은 뜻밖에도 다른 작가의 작품들로만 구성된 설치 작품이다. 바바라 크루거, 기욤 빌 등 여러 작가의 작품과 함께 군데군데 걸어둔 거울은 관객들에게 다양한 해석을 내리도록 유도한다.

방안에 놓인 여러 개의 의자에 앉아 관객은 거울 속에 적힌 사회적 메시지를 읽으며 작가가 제안하는 공존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는 "작가 간의 관계 형성이 나의 작업" 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11월 개막한 퐁피두센터의 대형기획전 ' Au dela du spectacle(스펙타클 저편)'에서는 '기요씨의 바캉스'란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작가일 뿐만 아니라 사업가로도 명성을 날리고 있다. 컨설팅 회사를 만들어 다른 작가들의 작업 제작을 돕고 있으며, 운용중인 인터넷 사이트도 여러 개다. 피에릭 소앵, 크리스틴 파밀리아리 등 작가 7명의 프로젝트를 담은 일종의 미술백과사전 www.inconnu.net는 이베르가 6년전 설립한 가장 '파브리스적'인 회사다.

이외에도 자신의 작품활동 정보를 담고 있는 hyber.com등도 개설했다. 올해 3월 그는 웹 TV채널도 개국한다. 그는 "우리가 상호소통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아이디어와 아이디어 사이의 끝없는 연관성을 찾아내는 것이 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파리 시내에 위치한 그의 집은 그의 부(富)를 알려준다. 전형적인 프랑스 건축물로 1층은 아틀리에로, 2층은 살림집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ㄷ자형 건물중 ㄴ자를 자신의 공간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공간은 한국에서 유학 온 작가 구정아씨를 비롯, 여러 작가가 1개 층씩 임대해 사용하고 있었다.

"당신은 상당한 부자인 것 같다"고 말했더니 웃으며 이곳은 자신의 사무실이며, 진짜 작업실은 프랑스 남서쪽 바닷가의 라로셸에 있다고 말했다. 약 2,000㎡의 거대한 공간으로 5년 후쯤 특별 프로젝트와 함께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미술품 판매 사이트도 개설, 자신의 작품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들의 작품 판매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작가들의 제작의욕을 불러 일으키고 싶다" 는 그의 사이트(www.eyestorm.com)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국내 온라인 미술품 시장에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함을 알린다.

우리 온라인 아트시장이 미술품의 이미지와 판매가격만을 인터넷상에 올린 후 유저들에게 구입을 강요하고 있다면, 이베르의 온라인 사이트는 가격, 작품 형태, 크기, 주제를 유저가 기호대로 다양하게 클릭한 후, 여러 미술품 중에서 선택하도록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인터넷의 인터랙티브 효과를 충분히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내년 2월 그는 하이테크의 하나인 태양열을 이용한 '평화를 위한 기념비'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자기 위에 7,000개의 데생 작품을 설치, 밤에는 물위에서 반사되게 할 재미있는 작품이다. 그는 원시적인 재료를 선호한다. 그는 "내가 모르는 재료를 최대한 파고들어서, 지겨워질 때까지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 작업의 10%정도만 프랑스에서 행할 뿐, 활동무대는 독일 벨기에 이탈리아 멕시코 일본 노르웨이 핀란드 등 전지구적이다. 외국에서 활동하는 것이 흔하지 않는 프랑스 작가로는 이례적이다.

그는 원래 수학공부를 했다. "2년이나 월반, 누구보다도 빨리 대학입학 자격시험을 쳤지요. 2년간 전문수학 공부과정을 끝냈어요.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13살 때였습니다. 낭트 예술학교를 졸업한 후 25살부터는 해외에서 활동하기 시작했지요. 95~96년에는 일본에서 살았습니다."

예술가보다는 일반 대중에 자신의 팬이 많다고 했다. 그는 "여러 영역에서 많은 활동을 역동적으로 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면서 "1년 전부터는 사인해 달라고 쫓아다니는 팬들까지 생겼다"며 웃었다. 프랑스인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였다.

'측정할 단위가 없는 작가'라는 첫 인상은 인터뷰 후에도 변함 없었지만..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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