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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보약인가 마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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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보약인가 마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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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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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 방안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방안이 우리 경제의 체질 강화에 보약이 될 것인지, 임시 방편의 마약이 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이 제도는 경색된 금융시장의 상황을 고려하여 경쟁력 있는 기업의 흑자도산을 방지하기 위한 한시적 조치로 설명되고 있다.

정부 당국은 이 제도의 운용이 시장 경제의 원리에 따라 이루어질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즉 신용평가에 기초한 회생가능 기업들 중 일시적으로 대규모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으로 최소한 20% 수준의 회사채 상환능력이 있는 경우에 한하며, 엄격한 자구노력을 전제로 시장실세금리를 적용하여 회사채를 인수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금융시장의 경색현상을 고려할 때 이해할 만하다. 기업들의 연쇄 부도가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자금순환 분석에 의하면 2000년 9월 말 현재 우리 기업들의 부채는 790조원 수준이었다.

한국은행의 2000년 상반기 기업경영분석에 의하면 조사대상 기업들의 26.7%가 이자보상비(영업이익/금융비용)가 1이하의 수준에 머물렀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금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의 규모는 65조원이며, 이 중 시장에서 전혀 거래가 되지 않는 BBB 이하의 신용등급에 해당하는 회사채의 비중이 6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설상가상으로 금년 1ㆍ4분기의 경기는 좋지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만기가 도래되는 BBB 이하의 회사채가 상환되거나 차환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판단된다. 때문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제일은행의 반발에서 문제의 단초를 읽을 수 있다. 정부 개입에 의해서 인수된 회사채의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시장의 평가 기준으로 볼 때 원금 상환 가능성이 매우 낮은 회사채를 강제로 인수하게 하는 것은 정부가 공공자금이나 공적자금의 추가 투입을 각오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인수대상 회사채의 56%는 신용보증기금이 궁극적 상환 책임을, 24%는 채권 은행과 산업은행이 책임지게 되어 있다.

따라서 시장의 평가대로 1년 후 이 회사채의 상환이 불가능하게 될 경우 신용보증기금은 정부예산으로, 산은과 채권은행은 공적자금으로 지원받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정부는 엄격한 자구노력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지난 3년간의 경험으로 보아 자구노력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완수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결과적으로 부실기업의 일시적 연명만 가능할 뿐이며 구조조정의 지연만 초래될 전망이 강한 것이다.

더 나아가 회사채 인수 대상기업의 선정기준이 불투명하여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만연하게 하고 특정 기업들에 대한 특혜라는 인식마저 초래하고 있다.

1월중 1조500억원 규모의 회사채가 산은의 신속인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이 중 8,980억원이 현대전자, 현대건설, 현대상선, 고려산업개발 등에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신용보증기금, 산은, 시중은행 모두가 제한된 자금을 가지고 운용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의 자금이 부실회사의 지원에 투입됨에 따라 정상적으로 건전 경영을 하고 있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 질 수 있다.

건전 경영을 한 기업이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이다. 열심히 경영하여 건전한 재무구조를 갖출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미봉책의 연속을 한탄할 수밖에 없다. 신용경색의 원인들에 대한 근본 처방을 게을리하면서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마약 처방을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은의 회사채 인수 방안이 우리 경제를 궁극적으로는 더욱 약화시키는 마약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정책당국은 근본적 처방을 서두르기 바란다.

김광두ㆍ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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