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7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북한의 변화'로 압축해 평가했다.김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상하이(上海) 방문을 변화의 결정적 단서로 판단하면서 "북한이 제2의 중국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이런 평가는 외형적으로 보이는 변화와 내면적으로 일어나는 변화를 종합한 것이다.
외형적 변화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5월에 이어 다시 중국을 방문했다는 점이다. 김일성(金日成) 전 주석 때부터 북한 지도자는 주체사상의 종주국이라는 명분 아래 몇 년에 한 번 외국을 방문하는 게 관례였다. 때문에 8개월 만에 다시 이루어진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전례 없는 일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김하중(金夏中) 외교안보수석은 "이처럼 이른 시일 내에 중국을 다시 방문 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경제발전에 대한 욕구,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에는 베이징(北京)만을 방문했으나 이번에는 개방의 현장인 상하이를 갔다는 데서 강한 변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면적인 변화는 북한 사회의 통념을 바꾸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신문이 보도한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는 "기존 관념에 사로잡혀 지난 시기의 낡고 뒤떨어진 것을 붙들고 앉아있을 것이 아니다."
"모든 문제를 새로운 관점과 새로운 높이에서 보고 풀어나가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김 위원장의 말이 곧 법인 북한 사회의 현실을 고려할 때 신사고를 강조하는 신년사는 북한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북한의 변화 의지는 남북간 채널을 통해서도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여러 경로를 통해 개방, 개혁의 길로 가겠다는 의지를 우리에게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맥락에서 북한이 김 위원장의 방중을 우리 정부에 사전 통지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 대통령은 이런 정보와 정황을 토대로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북한이 변하지 않고있다는 사람도 있지만 북한은 확실히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구상 단계인 북한의 변화를 현실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게 김 대통령의 판단이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