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시장이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동기식 사업자 선정이 난항을 겪고 있는데다 LG의 통신사업 포기설, 포항제철의 시장 진입설 등 대형 이슈가 잇따라 불거져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더구나 정부가 중심을 잃고 대증요법을 남발,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LG 어디로 가나
LG전자가 16일 'LG텔레콤 매각 검토'를 공시, 통신서비스 사업 포기 가능성이 가시화했다. LG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비동기 사업권을 따도 꼴찌를 면하기 힘들어 통신 사업을 접고 장비제조에 주력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공시가 '정부 압박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가 남은 주파수에 대해 '동기 꼬리표'를 떼도록 압박하기 위해 배수진을 쳤다는 것이다. LG측이 통신사업 포기설을 흘리면서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이런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포철 진입할까
정보통신부가 '동기식 그랜드 컨소시엄' 구성을 위해 비동기 업체의 중복참여 허용 방침을 밝히면서 포철의 행보에 관심이 쏠렸다. 포철이 기회 있을 때마다 통신시장 진출을 노려왔기 때문. 그러나 포철은 17일 "동기식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포철이 마음을 바꾸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포철은 정통부 반대로 무산된 파워콤 인수를 조건으로 내밀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또 하나의 '통신 공룡'이 탄생, 기존 사업자들이 반발할 것이 뻔하다. 업종 전문화 등 정부의 산업 정책도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
▲한국통신 민영화도 변수
2월 실시될 한국통신의 정부 지분 14.7% 매각도 새 변수다.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업체들이 모두 동기식 컨소시엄의 '러브 콜' 대상이기 때문이다.
LG 포철 삼성전자 롯데 등 후보 업체들은 아직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정부와 한통의 민영화 밑그림이 '다수가 지분을 나눠갖는 독립경영 체제'인 만큼 단순투자 차원에서 수 조원을 쏟아부을 업체가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한 업체가 지분 확보에 열의를 보일 경우 나머지 업체들도 '방어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흔들리는 정통부
정통부가 어떻게든 동기식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데 매달려 정책 바꾸기를 서슴지 않는데 대해 비난이 거세다.
안병엽 장관은 "국내에서 마땅한 사업자가 없으면 해외 업체가 동기 컨소시엄의 1대 주주가 돼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경우 동기 시장조차 외국 업체들에 내주게 될 수 있다고 업계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기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 국내 장비산업 보호를 위한 것인데 해외 사업자까지 끌어들이려는 정통부의 저의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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