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왜 또 中갔나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미국 등 서방 세계, 남한, 그리고 북한 내부를 향해 다목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외교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조지 부시 미 행정부의 출범을 며칠 앞두고 중국 방문을 결행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북 강경기조를 택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의 출범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해야 할 상황에서 과거 혈맹관계였던 중국을 '확고한 우군'으로 확보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의 국가미사일방어(NMD)계획 추진 등으로 미국과 불편한 관계가 예상되는 중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삼아 미국과의 '불확실성'을 보완해 보겠다는 계산이 그의 발걸음을 중국으로 향하게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동시에 북한의 변화 의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함으로써 부시 행정부가 대북 강경책을 구사할 명분을 주지 않겠다는 복선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5월 중국 방문 때 베이징(北京)의 첨단 산업단지인 롄샹(聯想)지구를 둘러보았던 김 위원장이 이번에 중국 개방의 상징인 상하이(上海)를 방문하는 것은 경제 개혁과 대외 개방의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된다.
그의 상하이 방문을 곧바로 '중국식 개혁ㆍ개방 노선' 채택으로 단정하기는 이를 수 있으나 경제개혁을 위한 북한의 현실적 '대안 찾기'의 일환으로 보기에는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연초 노동신문 사설을 통해 '신(新)사고' 를 강조한 김 위원장이 군부 실세와 당 간부들을 대거 대동, 중국 경제개혁의 성공사례를 직접 확인한 것은 개혁ㆍ개방에 대한 내부의 비판론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김 위원장이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을 갖기 직전 중국을 방문했던 점을 감안하면 서울 답방을 앞두고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 사전 호흡을 맞추려 했다는 분석도 당연히 나오고 있다.
김승일기자
ksi810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