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 보듬는 남자와 여자 허윤정 1인 9역 '눈길'위력적인 동장군이 점령한 서울 대학로에서, 매서운 추위를 녹이듯 훈훈한 연극이 관객을 맞고 있다.
이만희 작ㆍ강영걸 연출의 '돼지와 오토바이'는 상처 입은 삶에 보내는 따스한 시선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연극계의 명콤비 이만희ㆍ강영걸의 공동작업이다. 2년 여 동안 20만명 관객동원의 기록을 세운 '불 좀 꺼주세요'를 비롯해 '그것은 목탁 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피고지고 피고지고' 등 화제작을 내놨던 팀이다.
열심히 살려고 애썼지만, 불행에 일그러진 중년 사내의 이야기이다.
끔찍한 기형아가 태어나면서, 그의 삶은 산산조각 난다. 아기를 죽이고 감옥에 가있는 동안 아내는 불륜에 빠져 자살한다.
십 수년 뒤 그를 사랑하는 20대 여자가 나타나지만, 사내는 과거의 상처 때문에 망설인다.
그런 그에게 여자는 말한다. "구겨질대로 구겨진 삶이 왜 아름답질 않습니까.
이 모진 세파 속에 사는 삶이 어찌 단아하고 정갈하기만 할 수 있겠어요."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은 사내는 다짐하듯 말한다.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소중한 것 아닙니까."
사내 역 유영환은 원숙한 연기로 극의 안정감을 지킨다. 그의 파트너 허윤정은 아내, 20내 여자,의사, 간호사, 원장수녀, 술집여자, 검사, 변호사, 친구 아내의 1인 9역을 능란하게 해내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장면 전환이 많아 자칫 산만해질 수 있는 무대가 긴장감을 잃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은 두 배우의 열연과 치밀하고 깔끔한 연출 덕분이다.
31일까지 대학로극장. (02)764-6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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